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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엄빠 찬스

라동철 논설위원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1억5751만원이다. 1년 전(9억5033만원)에 비해 2억718만원(21.8%), 전달(11억4283만원)에 비해서는 1468만원(1.4%) 올랐다. 덕분에 집 주인들은 단기간에 자산이 크게 불어났다. 임금은 찔끔 오르는데 집값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등하니 내 아파트가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은 대체로 불로소득에 가까워 더욱 그렇다. 아파트 소유 여부에 따라 계층이 갈릴 정도니 내 집에 대한 열망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전세를 끼고, 전세 대출에 신용 대출까지 최대한 끌어모아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어지간한 사람은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모은 돈이 많지 않을 테고 대출 문턱도 높은 편인 20대 청년들에게는 아무리 애를 써도 닿기 어려운,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단, ‘엄빠(엄마·아빠) 찬스’를 쓸 수 있는 청년들은 예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4240건인데 20대 이하가 사들인 게 233건(5.5%)이었다. 20대 이하의 매입 비중은 5월에도 5.4%였다. 고가 아파트가 대부분인 서울 강남구에서도 8.0%나 됐다. 상당수는, 어쩌면 대부분이 부모로부터 매입 자금을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차용증을 쓰고 이자를 갚아가는 식으로 자금을 마련한 게 일반적이었을 텐데 편법 증여도 섞여 있을 것이다. 아예 증여를 통해 아파트 주인이 된 젊은층도 적지 않다. 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는 1698건이었다. 송파구에서 629건, 강남구에서 298건이 증여됐다.

집값이 계속 오르면 이들은 손쉽게 부를 축적할 수 있고 엄빠 찬스를 쓸 수 없는 이들과의 자산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합법적인 방법에 의한 부의 대물림이야 문제 될 게 없지만 편법·불법 대물림은 철저히 막아야겠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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