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다”… 지금 내 감정의 색깔은

[마음글방 소글소글] 감정을 다스리는 글쓰기 ③

픽사베이

사람들은 화가 날 때 ‘뚜껑이 열린다’는 표현을 종종 씁니다. 왜 하필 ‘뚜껑’이란 표현을 썼을까요. 끓는 주전자의 뚜껑이 열리듯 감정도 비등점이 지나면 밖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뚜껑이 열리는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주전자 안에 뭔가 끓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감정이 주전자 안에서 끓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됩니다.

감정은 동전의 양면처럼 짝을 이루는 감정이 있습니다. ‘원심력 감정’과 ‘구심력 감정’입니다. 원심력 감정은 상대방을 향한 감정으로 분노, 미움 등입니다. 구심력 감정은 자신을 향한 감정으로 불안, 염려, 수치심 등입니다. 보통 친밀한 관계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원심력 감정인 분노가 발생합니다. 이때 구심력 감정인 불안, 염려, 수치심 등이 주전자 안에 끓게 됩니다. 이때 주전자 안의 감정(불안, 염려, 수치심)을 상대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분노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전자 안의 감정을 숨기고 억누른다면 분노는 폭발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런 감정이 튀어나왔는지 알려면 뚜껑이 열린 주전자 안을 살펴봐야 합니다. 내가 현재 느끼는 감정의 온도, 색깔, 냄새를 자각하십시오. 부정적인 감정은 피할수록 커지지만 정면으로 맞서면 작아집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성격적 결함, 배신의 상처, 용서가 안 되는 일,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의 감정들은 직면하면 작아집니다.

혹시 평소 자주 또는 강하게 느껴지는 정서(감정)가 있다면 그 이름을 적어보세요. 그 감정이 일어나는 생각의 과정을 써보세요. 그 감정을 느낄 때 함께 느껴지는 색깔이나 이미지 그리고 표정, 소음 등이 있다면 써보세요. 또 감정을 느낄 때 일어나는 신체적인 현상을 기록해보세요. 자신의 정서를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그 정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지어 확인하는 것은 정서 조절에 강력한 도움을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치명적인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지금 눈앞에 알코올, 일, 돈, 이별, 욕망, 질투, 가족, 친구라고 쓴 카드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 중 하나의 카드를 선택해 글을 쓰기 시작하십시오. 오래 생각하지 말고 선택 후 바로 써 내려가십시오. 이별에 대해 정리가 덜 된 이야기가 있다면 이별에 대해 써 내려가십시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십시오. 이 외에도 카드에 적힌 키워드들은 기억의 뿌리를 건드려 줄 것입니다.

글을 쓰고 난 후 심호흡을 하고 잠시 묵상하십시오. 그리고 지금 마음속에 강물이 흐르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강물은 머리와 가슴을 거쳐 몸 밖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강물에 흘려보내세요. 한 번 더 반복해서 생각하십시오.

절망과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뭔가를 간절히 원할 때 도움을 구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하지만 해답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글로 옮기기 위해 종이와 펜을 준비하는 것이 영혼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감정은 겉으로 보기에 정확한 윤곽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호한 것도 아닙니다. 기쁨이란 감정을 주황색으로 상상하든 자주색으로 상상하든 중요한 것은 감정이 느껴질 때 그 감정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아, 내가 지금 기쁜 감정을 느끼는구나’, ‘두려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구나’ 하고 자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자신을 색깔로 표현해 보세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써보세요.

(예)
“나는 빨강이어서 행복하다. 나는 뜨겁고 강하다. 나는 눈에 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나를 거부하지 못한다. 나는 숨기지 않는다. 나에게 섬세함은 나약함이나 무기력함이 아니라 단호함과 집념을 통해 실현된다. 나는 나 자신을 밖으로 드러낸다. 나는 다른 색깔이나 그림자, 붐빔 혹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를 기다리는 여백을 나의 의기양양한 불꽃으로 채우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내가 칠해진 곳에서는 눈이 반짝이고, 열정이 타오르고, 새들이 날아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나를 보라,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중)

2.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바라보세요. 기쁨 슬픔 두려움 갈망 굴욕감 중 하나의 감정을 선택한 후 아래의 문장을 채워보세요. (5가지 감정에 대해 모두 써도 좋습니다.)

-이 감정이 색깔이라면 ○○색일 것이다.
-이 감정이 날씨라면 ○○날씨일 것이다.
-이 감정이 풍경이라면 ○○풍경일 것이다.
-이 감정이 음악이라면 ○○음악일 것이다.
-이 감정이 어떤 사물이라면 ○○일 것이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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