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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공사비 후려치기

라동철 논설위원


원도급자가 공정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제3의 업자와 다시 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하도급이라고 한다. 하청과 같은 뜻으로 제조업·운송업 등에서도 자주 보이지만 대규모 건설 현장에서 일반화돼 있다. 주로 대기업, 중견기업들인 원도급 업체들은 직접 고용에 따른 인건비 등을 줄일 수 있어 하도급을 선호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다. 하도급업체는 원청으로부터 일감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상식 이하로 단가를 후려쳐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하도급 업체도 손해 볼 수는 없는지라 이익을 낼 방도를 찾게 되고 결국 부실 공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6월 광주광역시 재개발 지역 내 해체 공사 과정에서 5층 건물이 붕괴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는 하도급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원도급 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은 조합으로부터 해체공사비를 3.3㎡당 28만원에 수주하고는 하도급 업체인 한솔기업에 3.3㎡당 10만원에 넘겼다. 단가 후려치기였다. 한솔기업은 한술 더 떠 지역 영세 업체인 백솔건설에 3.3㎡당 4만원에 공사를 맡겼다. 재하도급은 불법이다. 당초 공사비의 84%는 원도급·하도급자가 차지하고 실제 시공자의 몫은 16%였다. 이래서는 공사가 제대로 될 수 없다. 국토교통부의 사고 조사에서 무리한 해체 방식, 과도한 성토 작업, 감리 부실 등 여러 문제점이 확인됐지만 참사의 근본 원인은 하도급과 재하도급을 거치며 실제 공사비가 대폭 삭감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토부는 10일 불법 하도급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불법 하도급으로 사망 사고를 내면 피해액의 10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관련자들의 형량을 무기징역까지 높이기로 했다. 진일보한 대책이지만 이것만으로 건설 현장이 더 안전해질까. 합법의 틀에서 행해지는 공사 단가 후려치기 등 부실 공사를 유발하는 원도급자의 갑질 관행을 개선하는 데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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