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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훈련 빌미로 통신선 차단한 北 처신 실망스럽다

한·미 군 당국이 10일부터 연합훈련 사전연습에 돌입하자 북한이 기다렸다는 듯 남한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또 얼마 전 복원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동해 및 서해지구 군 통신선도 이날 오후 다시 차단했다. 통신선 복원으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가 싶더니 2주 만에 다시 교착 국면으로 전환된 것 같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남한 당국자들이 ‘배신적인 처사’를 했다면서 “합동군사연습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해 담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임을 시사했다.

북한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나 매년 훈련을 하기만 하면 늘어놓는 철 지난 레퍼토리에 짐짓 신물이 날 지경이다. 게다가 이번 훈련은 훈련 규모나 참가 인원이 쪼그라들다 못해 반에 반쪽도 안 되는 수준이고,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로만 진행된다. 이런 식의 축소된 훈련이 북측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임을 북한 당국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군사 도발의 명분을 쌓으려는 요량인 양 비난 담화를 내놓고 통신선을 차단하는 건 대화 분위기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다. 북한은 거기에 더해 이번 담화에서 한동안 언급하지 않던 주한미군 철수도 요구했는데 뜬금없기는 매한가지다. 만에 하나라도 북한이 훈련을 빌미로 도발을 한다면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 개선도 물 건너 갈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북측이 반발은 했지만 근래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서교환 과정에서 형성된 관계 발전 의지마저 허물어뜨려선 안 된다. 코로나19 상황에다 수해, 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대화의 불씨는 살려놔야 한다. 북측은 한·미 연합훈련을 핑계대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대화의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 교착 상태가 지속될수록 손해가 커지는 쪽은 북한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 대통령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점점 약해져가는 대화 의지를 감안해서라도 대화 복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 요구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우리 당국은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이면서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북측의 도발에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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