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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공직 후보자의 언행과 처신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인사청문회를 보면 불편할 때가 많다. 청문위원들이 후보자를 거칠게 몰아붙이는데 과연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는지 되묻게 된다. 후보자의 과거 막말이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 위에 오를 때는 굳이 저런 수모를 감내하면서까지 공직을 맡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첫 산하기관장으로 지명한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지난 1일 자진 사퇴했다. 서울시의회가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시작한 이후 후보자가 낙마한 건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남편 명의의 아파트 등을 포함해 부동산 4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로 물의를 빚었고, 특히 과거 정치인 시절 했던 말들로 ‘내로남불’ 논란을 일으켰다. 시의회는 부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오 시장에게 임명 철회를 압박했다. 악화되는 여론에 오 시장은 임명 강행에 정치적 부담을 느꼈고, 결국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됐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다섯 차례 인사청문특별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매번 정부에서 지명한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매섭게 질타하며 저격수 역할을 했다. 그랬던 그가 시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가 많아 힘들었다고 하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김호평 시의원은 “이 정도가 많습니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식으로 불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면 어떻게 하죠? 연기합니다”라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건설·공급 등을 수행하는 SH 수장으로서 다주택자가 부적절하다는 시의회 지적에 “내 집 마련이 쉬웠던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다. 평소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반대하고 민간 건설사들의 입장을 대변해온 김 후보자가 돌연 공공재개발과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하겠다고 하자 시의원들은 “사람의 생각이 쉽게 바뀌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비유해 막말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불성실한 재산·소득신고, 대표로 재직 중인 사단법인의 불투명한 운영, 국회의원실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도 제기됐다. 후보자를 재공모한 서울시는 인사검증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검증 단계에서 김 후보자의 부동산 4채 보유 사실을 알고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면 안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김 후보자가 과거에 자신이 훗날 공공기관장 후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무리한 발언을 했을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20년간 근무하며 ‘부동산 전문가’로 평가받았으니 SH 업무에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김 후보자는 SH 설립 취지에 맞는 미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 시의원들도 스스로 떳떳한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 3월 공개된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사항’에 따르면 서울시의원 30명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었다. 김 후보자를 비판했던 인사청문위원 중에도 다주택자가 있다.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부동산 전수조사에는 110명 시의원 중 14명만 동의했다고 하니 이 또한 내로남불이 아니겠는가.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선에 나선 여야 후보들도 김 후보자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의 언행과 처신을 겸허하게 돌아보기 바란다. 그래서 잘못이 있다면 정직하게 사과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공직 후보자로서 최소한의 예의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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