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이명희의 인사이트]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


10여년 전 미국 대학으로 연수를 갔다 온 뒤 대형 교회를 두루 다녔다. 목사님들에게 꾸지람 들을 불순한(?) 의도였지만 아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 싶어 초등학생 영어예배를 드린다는 서울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를 다녔다. 그러면서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의 설교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은혜였다. 월요일자 신문을 만들기 위해 일요일에도 출근하다 보니 먼 거리에 있는 교회까지 찾아가 오전 11시 예배를 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아침 일찍 예배를 드리고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집 근처의 남서울은혜교회에 정착했다. 어쩌다 보니 ‘복음주의 4인방’ 교회 중 3곳을 다녔다. 2011년 8월 하 목사 소천 때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던 복음주의 맏형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는 하 목사를 추모하며 주일 예배 중 눈물을 몇 차례나 훔치면서 설교했던 기억이 난다.

일곱 차례나 간암 수술을 받는 고통 속에서도 설교 강단에 서며 목회 열정을 불태웠던 하 목사 10주기가 얼마 전 지났다. 후임인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는 유튜브 미션라이프와의 인터뷰에서 “하 목사님을 생각할 때 늘 떠오르는 말씀은 고린도후서 12장 7~10절의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라며 “어떻게 약함이 그리스도의 능력이 머무는 통로가 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저는 그 말씀을 기초로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언젠가 하 목사가 물었다고 한다. “이 목사, 온누리교회가 어떻게 이렇게 잡음 없이 건강하게 많은 사역을 감당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는지 알아?” 하 목사 답변은 이랬다. “내가 많이 아파서 그래.” 많이 아프기 때문에 지극히 제한적인 에너지를 꼭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것들은 다 맡겼다는 것이다. 하 목사는 많은 일을 했지만 다른 사람이 맡아서 할 수 있을 때는 손을 뗐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목사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는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체험했다고 했다.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지난 5월 크리스천리더스포럼에서의 윤만호 EY한영회계법인 경영자문위원회 회장의 간증이 기억 났다. 산업은행 부행장과 산은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한 정통 금융인인 그는 “세 살 때 소아마비와 뇌막염을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하게 됐다. 이 약함이 가족 아무도 다니지 않던 교회를 홀로 다닐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질병을 주시고 고난을 주신 이유가 육체에 가시를 통해서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하시기 위함이고 나의 약함을 강함되게 하셔서 하나님이 영광 받으려 하심을 어른이 된 뒤 알고 나서 ‘장애가 하나님의 선물이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낙상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장애를 갖게 된 유튜버 박위도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친 덕분에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면, 그래서 천국 갈 확률이 높아진 거라면 다친 게 다행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고 했다. “하나님께서 지금 당장 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 덕분에 천국의 삶을 소망하며 살 수 있어 기쁘다.”

무엇이 불편한 장애를 가진 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도록 만드는 걸까. 손톱 밑에 작은 가시 하나만 박혀도 고통스러워하고 타인이 건넨 말 한마디에 상처받으며 힘들어하는 게 보통 사람이다. 가질수록 더 많이 움켜쥐려 하고 놓쳐버린 것들을 후회하며 사는 게 인지상정이다. 세상 모든 고통을 겪는 듯 끊임없이 누군가 탓을 하고 원망하며 절망 속에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는 두 다리로 걷는 게 얼마나 큰 하나님의 은혜인지, 아프지 않고 햇살 한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잊고 산다. 교회에 가고, 지인들과 저녁을 먹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행복이었는지 코로나가 닥친 후에야 새삼 느끼고 있다.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고후 12:10) 하루하루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명희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