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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티 테이블] 힘겨운 날에 필요한 말


‘고난과 성장’ 사이엔 묘한 변수가 있는 듯하다. 성공한 많은 사람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추적해보면 대부분 고난과 역경,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움 등을 극복했다. 그러나 모든 고난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고난을 통해 성장하지만, 어떤 사람은 고난에 무너지고 만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관계와 원인’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사람이 역경 후 성숙하고 창조적으로 변했다면, 그것은 고난 때문이 아니라 시련 앞에서 적극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난과 올바르게 싸웠고 도덕적으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비를 맞아도 가시나무를 자라게 하는 땅이 있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땅이 있다. 성장은 고난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것이 고통은 아니지만, 고통 없이는 사람이 성장할 수 없다. 모든 상실과 고통은 창조성을 캐내기 위한 특별한 기회”(폴 투르니에)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저서 ‘회복 탄력성(resilience)’에서 인간은 역경을 견뎌낼 뿐만 아니라 역경을 통해 오히려 성장하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회복 탄력성이란 원래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로,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즉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마음의 힘이다.

“회복 탄력성은 반드시 성공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상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과 방향성을 지니되, 그 목적 달성 여부에 얽매이거나 전전긍긍하지 않는 삶의 태도가 회복 탄력성을 가져온다.”(‘회복 탄력성’ 중)

만일 지금 쉽게 이겨낼 수 없는 두려움과 좌절에 빠져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에겐 고통을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문제를 회피하면 현실에 굴복하게 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모건 스콧 펙은 문제에 직면할 때 없던 용기와 지혜가 생기며 이때 영적·정신적으로 성장한다고 말한다.

“문제에 부딪히면 용기와 지혜가 필요해진다. 사실은 이때 용기와 지혜가 생겨난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오로지 문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람들이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자극하고 지원해야 한다.”(모건 스콧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 어디서부터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야 할지 모를 때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지금 그 자리에서 버텨야 한다. 두려움은 분명 존재하지만, 하루 치의 양식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리고 더 좋은 삶을 상상하고 하나님께 요청해야 한다. 진정한 삶의 복원은 이겨낼 힘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탄없이 요청하는 것이다. 기도는 빛이고 빛은 우리를 밀어내지 않는다. 날마다 우리는 조금씩 부서지고 금이 가지만 그곳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

값없이 주어지는 것들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은총이다. 은총은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주어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것을 이용하고 어떤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은총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총의 실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이다. “부름을 받은 자는 많지만 선택받은 자는 적다”라고 한 그리스도의 말씀처럼 모든 사람이 은총의 부름을 받지만,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그 부름에 귀 기울인다. 왜 극소수의 사람만이 은총의 부름에 귀 기울이는 걸까. 우리의 ‘게으름’ 때문이다. 영적 성장에 꼭 필요한 고통을 피하려 하거나 쉬운 길을 택하려는 게으름을 경계해야 한다. 용기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또는 고통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이다.

하루하루 우리가 살아갈 힘은 더 좋은 삶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는 데서 나온다. 온갖 불행이 내 중심으로 모이는 것 같아 슬픔을 다독이기 힘들 때, 아주 살짝 고개를 돌려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들과 마주치게 된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특별함이 아니다.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일상을 스쳐 지나가는 소소한 것들이 때로는 우리를 웃고 울게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루가 우리에게 슬픈 날도 주고 기쁜 날도 준다.


이지현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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