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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팬데믹 끝낼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손님, 마마로 불렸던 천연두는 지금까지 인간의 노력으로 지구상에서 종말을 고한 유일한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1980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 소식지의 표지는 천연두의 사망 소식이 장식했다. 당시 제작된 WHO 기념 로고에는 ‘1979년 10월 26일 이후 천연두 0(SMALLPOX ZERO, 26.10.79)’이라고 찍혀 있다.

감염된 3명 가운데 1명이 죽을 정도로 악명 높았던 천연두 바이러스는 역사의 흐름까지 바꿀 정도로 인류를 괴롭혔다. 그리고 인류 최초의 예방백신(1796년 에드워드 제너가 정립한 우두접종)에 의해 멸종된 최초이자 현재까지는 최후의 바이러스다. 천연두 이후 다른 바이러스의 부고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전 세계인은 지금의 코로나19가 그 두 번째 주인공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1년 반 넘게 지구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류가 발 빠르게 백신이라는 방패를 개발해 반격에 나섰지만 ‘돌연변이’라는 진화된 창으로 다시 공격해 오고 있다. 집단면역을 통한 팬데믹 종식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변이를 거듭하며 인류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의 사촌뻘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인류가 백신을 개발해서 써 보기도 전에 스스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코로나19가 사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희박하다. 그렇다면 천연두처럼 인간의 노력으로 사라지게 하면 된다. 백신을 통한 천연두의 퇴치 과정을 들여다보면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주철현 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는 올해 초 펴낸 책 ‘바이러스의 시간’에서 인류가 천연두 박멸에 성공한 것은 바이러스 자체의 특성, 최고의 백신, 국제적 협력 등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천연두는 안정적인 구조의 DNA 바이러스여서 체내 복제 과정에서 변이의 발생 빈도가 낮다. 이런 이유로 제너가 정원사의 아들에게 접종했던 백신(우두 걸린 소의 고름)을 200년 가까이 사용하는 동안에도 저항성 있는 변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제너의 백신은 발견 후 계속 접종됐으나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서 천연두가 간헐적으로 유행하며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인류 공동 문제라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1966년 WHO의 천연두 박멸 캠페인이 시작됐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다 같이 백신 접종을 해야 천연두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선진국들은 자금을, 제약사들은 저렴한 백신을 제공했고 자원봉사자들은 정글과 사막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10여년 뒤 천연두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종적을 감췄다.

코로나19는 천연두와 달리 인류에게 불리한 특성을 갖고 있다. 고약하게도 RNA 바이러스여서 변이가 잦고 어렵사리 개발된 백신의 신뢰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을 하루빨리 끝내려면 전 세계가 짧은 시간 내에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람 간, 국가 간 공감과 협력이 필요하다. 백신 확보를 놓고 국가주의가 판치고 있지만 한 나라의 백신 접종이 완료되더라도 접종이 덜 된 나라에서 전염성 강한 변이가 나타나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팬데믹을 끝낼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인류 공동의 문제라는 공감과 실천적 협력임을 천연두 박멸 사례가 잘 보여준다.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의 백신 접종이 매우 저조함에도 일부 선진국들이 백신 사재기에 몰두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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