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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동물정당

이흥우 논설위원


안국선이 1908년 쓴 ‘금수회의록’은 동물들의 눈으로 금수만도 못한 인간 세상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한 신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까마귀 여우 개구리 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 8종의 동물이 등장한다. 이들이 차례로 나서 부정부패와 풍기문란 등을 비판하고 외국사람에게 아첨하는 역적놈과 무기로 위협해 남의 나라를 빼앗는 불한당을 준엄하게 꾸짖는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도 여러 동물들이 나온다. 사람이 기르는 가축이다. 인간을 쫓아내고 농장을 차지한 동물들은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꿈꿨다. 그러나 돼지들이 인간을 대신해 농장의 최고권력자가 되면서 일장춘몽으로 끝난다. 개는 다른 동물들을 인간 이상으로 착취하는 돼지의 충실한 앞잡이가 된다.

여의도가 졸지에 동물의 왕국이 됐다. 이곳저곳에서 여러 동물들이 출몰하고 있어서다. 맨 처음 숭어와 망둥이가 나타나더니 곧이어 돌고래 고등어 멸치 하이에나 멧돼지 미어캣 레밍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목격됐다. 작은 동물원 하나 차려도 될 듯하다. 문제는 동물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거다. 멸치와 고등어는 돌고래와 한곳에서 함께 노닐고 싶은데 돌고래는 이들과 어울리기를 한사코 꺼린다. 넌 어류지만 난 포유류라면서.

돌고래 고등어 멸치를 한 수족관에 넣고 싶은 30대 아쿠아리스트는 하이에나를 의심한다. 하이에나가 돌고래와 고등어·멸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게다. 그러면서 아쿠아리스트는 돌고래에게 하이에나를 멀리하고 멧돼지와 미어캣을 가까이하라고 꼬드긴다. 그래야 ‘하쿠나 마타타’가 된단다. 이 싸움에 앵그리 버드도 “난 물고기가 아니다”며 뛰어들었다. 앵그리 버드의 타깃은 레밍이다. “돌고래를 따라다니다 한 방에 훅 간다”며.

여의도 수족관엔 아직 바다 먹이사슬의 최강자 범고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돌고래는 범고래의 한입 먹잇감에 불과하다. 범고래가 나타나 돌고래와 한 수조에 있게 된다면 돌고래 운명은 어찌될까. 그때도 하이에나와 레밍은 돌고래 꽁무니를 쫓을까.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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