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육아를 당연시한 좌충우돌 유학생활… 부끄럽네요”

[인터뷰] 자전적 다큐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박강아름 감독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의 박강아름 감독이 두 손을 모은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영화사진진 제공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박강아름 감독이 ‘불어 까막눈’인 남편 성만과 함께 프랑스 유학길을 떠나면서 자신 안에 내재한 가부장성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박 감독은 “제가 남편의 경제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나서, 성 역할이 엄격하게 구분되는 사회에선 남성과 여성이 모두 고통받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성별만 바뀌었을 뿐 경제적으로 더 어렵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공동체가 없는 유학 생활은 한국보다 가부장제가 더 극화된 무대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 부부가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박 감독은 공부와 아르바이트, 외국 생활을 위한 행정 처리를 맡았고 성만은 육아와 가사를 전담했다. 언어 장벽 때문에 한국의 전형적 가부장제와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이 된 박 감독은 자신의 가부장성을 마주한다.

영상을 찍는 처음부터 감독이 자신의 가부장성을 인식한 것은 아니었다. 박 감독은 “처음에는 고립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외길식당’ 프로젝트를 찍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외길식당’은 요리사였던 성만이 유학생과 교포들에게 한국식 집밥을 파는 프로젝트였다. 그는 “영화의 초중반을 촬영하고 나서 성별의 역할이 바뀐 가부장제를 인식했다”며 “사실 매일 서포트를 받고 있는데도 영상 속에서 제가 ‘오늘은 나 서포트해줘야 돼’라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박 감독은 성만이 일반 토마토 대신 비싼 체리 토마토를 샀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모습 등을 성찰을 담아 관객에게 보여준다.

자신의 가부장성을 인식해도 쉽게 바꾸긴 어려웠다. 그는 “영화 후반 작업도 매 순간이 제 가부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며 “평등한 구조를 만들고 싶었지만, 생활비를 제가 벌어야 하는 상황에선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자신의 치부까지 여과 없이 드러내는 자전적 다큐멘터리에 천착해왔다. 앞선 장편 다큐멘터리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에선 수년에 걸친 자신의 외모 실험으로 외모에 집착하는 한국사회를 꼬집었다. 그는 “나는 자신에게 더듬이가 향해 있는 사람이라서 내가 왜 이런 모습을 갖게 됐는지 알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끝부분 이들 부부는 딸 보리, 애완견 슈슈와 함께 비바람이 거센 한 해변에 다다른다. 박 감독은 “남편은 아프다 하고 비바람이 거센데도 가족들을 끌고 해변에서 기어이 사진을 찍었다”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홀로 살아온 어머니를 가까이서 봐왔던 내가 정상가족을 갈망하는 걸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 성만의 가사와 육아 노동을 당연하게 생각해온 게 부끄럽다. 성만이 나를 도왔던 것처럼 이제는 나도 성만의 꿈을 돕고 있다”며 “우리가 받은 고통을 줄여가려면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음을 남겼다. 19일 개봉.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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