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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영입 리스크

백상진 정치부 기자


임기가 약 9개월 남은 문재인정부를 결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인사 문제다. 평가 항목 상위권에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집값 급등, 코로나19 위기 등 굵직한 사안도 포함되겠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조직 운영의 핵심인 인사 검증과 관련해 유독 말이 많았다.

야당 동의 없는 33명의 장관급 인사 임명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계속 제기됐다. 청와대가 이른바 ‘7대 비리 공직 배제 원칙’(위장전입·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논문표절·음주운전·성범죄)을 내세웠음에도 인사 검증 원칙이 흔들린다는 비판이 나왔고,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소유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 여야 유력 대선 주자 주변 인물과 관련된 논란을 보면 차기 정부에서도 인사 문제가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신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사실상 내정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황씨가 이 지사의 ‘형수 욕설’ 파문에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최근 그의 유튜브 채널에 이 지사가 출연하는 등 친분이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또 과거와 달리 경기관광공사 사장 지원 자격에서 박사학위나 전문경력 10년 이상 조건은 다 빠지고 ‘대외적 교섭 능력 탁월’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바뀌었다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쏟아졌다. 이낙연 전 총리 캠프의 오영훈 수석대변인은 “‘내 사람 심기’가 도민에 대한 책임이냐”며 “정말 전문성과 능력만 본 인사일까”라고 지적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 지사 선거를 돕는 이에 대한 공공연한 포상인가”라며 도정 사유화라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의 ‘거친 입’이 문제였다. 그는 대선 예비 후보 토론회를 놓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에 ‘탄핵’이라는 말을 언급해 윤 전 총장이 직접 “당의 화합을 해치는 언동을 조심하라”며 봉합에 나서야 했다. 윤 전 총장이 ‘페미니즘의 정치적 악용’을 저출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한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그는 “한 페미니스트 여성학자가 논문에서 ‘한국 남자는 성적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한남충(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며 “정상적인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더 키웠다.

이 지사나 윤 전 총장은 현 시점 기준으로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는 주자들이다. 국정 최고 지도자의 인사 철학과 용인술은 대표적인 검증 대상이며, 주변 인사들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주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과 눈높이에 맞는 행동 규범이 필수적이다.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한 논문에서 ‘캠프 정치’가 부상하는 현상을 한국 정치 위기 중 하나로 지목했다. 최 교수는 “캠프 정치는 정당 정치와 달리 누구를 대표하고 누구에게 책임지는가와 같은 정치적 소명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유력 주자 주변 인물들에게는 더 많은 영향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에게도 고도의 책임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친분 관계’를 앞세워 무리한 영입을 시도하는 사례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능력 검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는 영입은 조직 내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조직의 전략적 비전을 실행할 역량을 떨어뜨리고, 기존 구성원들과의 ‘팀워크’를 저해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해묵은 격언이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얻는 것은 그만큼 실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리더의 자격과 조직의 역량은 부족한 인재풀과 검증의 한계 속에서도 적재적소에 알맞은 인물을 영입하고 배치할 수 있느냐에서부터 판가름 날 것이다.

백상진 정치부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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