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집행에 적자 쌓여도… 혈세 더 붓는 ‘슈퍼예산’ [스토리텔링 경제]

미리 감액 조정해 최고집행 달성
미수납액 10% 초과 해마다 늘어
코로나 자금도 졸속으로 처리


문재인정부 들어 ‘슈퍼예산’은 낯선 용어가 아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정부는 매년 확장적 예산을 편성해왔다. 내년 예산안 역시 비슷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주 600조원 안팎의 내년 예산 초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올해(558조원)보다 7.5% 정도 증가한 또 한번의 슈퍼예산이다.

그러나 그 동안의 슈퍼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여졌는지는 의문이다. 국가재정법상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를 점검하는 결산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를 통해 예산이 예측을 제대로 했는지, 집행에 잘못된 점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을 이듬해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슈퍼예산 편성만이 집중 조명될 뿐 매년 반복되는 결산 상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 예산집행률 최고치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지난해 국가결산 결과, 예산집행의 철저한 점검과 관리를 통해 2007년 이후 최고 집행률(98.1%)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숫자만 보면 계획했던 예산을 모두 소진하지 못했던 재정정책의 ‘고질병’이 고쳐진 듯 싶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15일 이는 정부가 연말에 이월 및 불용이 우려되는 예산을 미리 다른 사업으로 전용하는 감액조정을 늘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장부상 숫자를 만진 셈이다. 실제 2016년 3조2000억원이었던 예산 감액변경 규모는 지난해 6조3000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집행 실적 부풀리기는 각 부처 예산사업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안정화사업 프로그램으로 16조9000억원을 ‘장부상’ 100% 집행했다. 그러나 실제 지원실적은 7조8000억원으로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위는 이 사업을 위해 정부로부터 교부받은 예산 1조6500억원을 전액 산업은행 자본에 편입하는 회계처리를 했다. 이를 근거로 이 사업은 실제 지원실적과 무관하게 100% 집행률 사업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수혜자에게 투입된 예산 집행 실적으로 실제 집행률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은 매년 결산 때마다 반복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걷을 세금 못걷고 마음대로 깎아주고

세출을 뒷받침해주는 세입예산도 ‘빚 좋은 개살구’다. 결산 상 징수를 결정했지만 걷지못한 세금을 뜻하는 미수납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국세수입 중 미수납액은 징수결정액 대비 11.4%인 31조5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44조2000억원(13.2%)으로 늘었다. 미수납액 증가는 재정건전성 악화뿐 아니라 납세자 간 불공정성을 야기한다. 국회는 2019년 결산에서 기획재정부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적했지만 결과는 나아지지 않았다.

걷어야할 세금은 제대로 못 걷으면서 오히려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액은 법정한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국세수입에서 정부가 감면해준 세금 비중인 국세감면율은 2018년 13.0%에서 지난해 15.4%로 증가했다. 국세감면율은 국가재정법 상 법정상한선이 있지만 2019년부터 법정상한선은 무시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조세지출예산서’를 통해 내년 국세감면율을 15.9%로 전망했다. 이는 법정상한선인 14.5%를 1.4% 포인트나 초과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느슨한 세입예산 관리에 국가재정 적자 폭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정부의 실제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사상최초로 10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졸속 추경의 이면

정부는 지난해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40조원이 넘는 예산을 계획보다 초과 지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일부사업은 집행실적이 크게 저조했다.

지난해 8월 이후 폐업한 소상공인에게 5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소상공인 폐업점포 재도전 장려금’ 사업은 4차 추경에서 1019억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실집행률은 35.8%에 불과했다. 이는 소상공인의 폐업을 늦추는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이 함께 편성됐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에게는 폐업을 해야 받을 수 있는 재도전 장려금은 50만원인데 비해 새희망자금은 최대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급하게 추경을 편성하다보니 한 부처 내의 2개 사업이 상반된 정책목표를 추구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코로나19 특별고용촉진장려금 역시 5만명을 지원목표로 했지만 실제 지원자는 1만3000명(26%)에 불과했다. 청년 일경험지원사업 역시 5만명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업의 채용여력이 축소됐고 지원조건이 시장 수요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코로나19 극복 지역일자리사업(72.4%), 위기가구 긴급 생계지원사업(67.3%), 코로나19 백신구매(27.2%) 등의 사업도 목표 대비 달성률이 저조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재정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600조원대 ‘슈퍼예산’ 편성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철저한 결산을 통해 재정 누수를 방지하고 지출 효율성이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이달 중 각 상임위원회 별로 지난해 결산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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