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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악용한 팬심… 김희진 “수년간 협박·명예훼손 시달렸다”

다수가 조작·합성 이미지 등 유포
도쿄올림픽 이후 가해행위 확대
선처없이 강력한 법적대응 밝혀

여자 배구 국가대표 김희진이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환영식을 마친 뒤 손을 들어 인사하며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의 주인공 김희진(30)이 수년간 자칭 팬들에게서 겪은 협박·명예훼손 피해사례를 공론화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희진 외에도 최근 SNS 등으로 흐릿해진 ‘팬 서비스’의 경계를 악용한 스토킹 가해 사례가 빈번하다.

김희진의 법률대리인인 김진우(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1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김희진은 지난 몇 년간 다수 가해자로부터 무분별한 명예훼손과 협박 등에 시달려왔다. 특히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선수 본인은 물론 가족, 지인, 구단에 대해서도 가해 행위가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의 관용적 태도를 버리고 조속히 단호하고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선수라면 팬들과 ‘셀카’나 사인 등을 해줄 수 있을 텐데, 가해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마치 선수와 사적 친분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면서 “친분이 있다는 증거라며 이를 디씨인사이드, 네이트판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인격이 좋지 않다거나 일탈을 했다는 내용을 유포했다”고 했다. 이어 “‘선수가 팬을 무시하고 답변하지 않는다’면서 선수를 만나게 해달라는 요구를 구단에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일부는 2016 리우올림픽 무렵부터 김희진에게 피해를 입혔다. 인스타그램 등으로 메시지를 보내 답변을 강요하거나 사칭 SNS 계정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접근하거나 조작·합성한 이미지를 유포했다. 김희진의 성적 취향 관련한 낭설을 퍼뜨린 사례도 있다. 김 변호사는 “단순한 스토킹을 넘어 자기만의 세계, 과대망상에 빠진 사례도 있다”며 “오랜 시간 피해를 겪어온 만큼 선수도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피해 사례는 더 있다. 지난해 8월 남자 축구 국가대표 출신 윤종규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자신이 윤종규와 교제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 가해자는 인스타그램에 윤종규와 나눴다는 SNS 캡처 사진을 올렸다. 윤종규가 욕설을 섞어가며 동료와 감독을 비방했다는 폭로였다. 그러나 당시 다른 팬들이 사진 내용이 합성·조작임을 알아냈고 소속팀 FC 서울 구단과 윤종규는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 같은 일이 잦아진 데는 선수들의 ‘팬 서비스’ 양상이 SNS 시대를 맞아 바뀐 영향도 있다. 최근 인기 프로스포츠를 중심으로 선수가 SNS로 팬의 응원메시지에 직접 답변하거나 유튜브 등에서 소통하는 일이 잦아졌다. 과거 경기장 혹은 언론을 통해서만 만났던 선수와 팬들이 직접 소통하게 되면서 프로선수로서 팬 서비스를 해야 할 의무와 사생활 침해 사이의 경계선이 흐릿해졌다. 프로선수들은 대개 구단 소속이라 섣불리 개인적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약점도 있다.

김 변호사는 “피해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선수는 구단 이미지에 악영향이 미칠까 봐 함부로 공론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 선수가 김연경처럼 독보적으로 위상이 뛰어나다면 그나마 대응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공론화 때 오히려 ‘뭐나 된 줄 안다’며 비난받기 십상”이라며 “위상이나 인기와 상관없이 피해를 봤을 때 알릴 수 있는 최소한의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스포츠인권연구소 함은주 대외협력위원장은 “소속 연맹과 구단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여자 배구처럼 팬층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스포츠라면 비슷한 사례가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의 경우 소속사 혹은 팬클럽도 때로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정하지만 프로스포츠는 아직 그런 예가 드물다”면서 “선수들이 대외활동을 하며 스스로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선수와 팬 모두를 대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처럼 낭설 유포 등 명예훼손 사례가 아니라면 선수가 직접 나서도 SNS상 스토킹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10월 21일부로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지만 처벌 대상 범위가 극히 제한돼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수연 공보이사는 “스토킹범죄도 다른 신종 범죄와 마찬가지로 최근에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상에서 빈번히 일어난다”며 “SNS 상 스토킹이 현행법상 범죄행위로 처벌받지 않을 소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조효석 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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