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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칼럼] 대선후보에 레드팀이 필요하다


자신의 약점 보완하고 유권자
신뢰 높이는 레드팀의 성공적
운용 조건은 리더의 용인 수준

CIA 레드셀,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성공에 결정적 역할

중도층 마음 잡을 뛰어난 능력
두려움 없는 회의론자 기능이
대선 승리에 결정적 도구될 것

지난 6일 국민의힘 윤석열 예비후보 캠프는 그의 잦은 말실수와 부정 요소를 줄이기 위해 레드팀(Red Team)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하루 한 건 구설수에 오르내릴 때였다. 상대 진영이 언행을 왜곡·과장했더라도, 오해받을 만한 얘기나 행동은 피하거나 하지 않는 게 정치인의 능력이다.

후보들 사이에서 ‘꼬투리 잡거나 잡혀 말싸움을 시작한다→일방 해석으로 무조건 우긴다→안 되면 상대 탓으로 돌린다→불리하면 캠프 방어막 뒤로 숨는다’ 행태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 민감한 시기에 실수와 약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를 보완할 레드팀을 구성하겠다는 자세는 좋다. 열흘 지난 지금까지 윤석열의 실수가 줄어든 것 같긴 하다. 말을 안 해서 그런 건지, 레드팀 기능이 작동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

레드팀은 적군이나 대항군 역할을 하는 군사 용어다. 상대의 전략·전술과 공격을 통해 아군(블루팀)의 약점을 미리 보완할 수 있다. 2011년 4월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팀6이 파키스탄에 침투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할 때 중앙정보국(CIA)은 레드셀(Red Cell)이란 팀을 운용했다. 군 레드팀을 원용한 것이다. 그전에도 비슷한 기능은 있었지만 2001년 9·11 사태 다음 날 당시 조지 태넛 국장의 특별지시로 이 팀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적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기존 사고의 틀을 깨며, 반대 사고에 능숙하고, 대체 분석에 탁월하다. 레드셀은 오사마 빈 라덴의 존재를 확신하고 수개월 동안 네이비실과 함께 작전 계획·이행 과정에서의 오차를 줄이고 돌발사태 시 임무 완수를 위해 모든 가정과 상황을 짜내고 짜냈다. 그리고 허점을 보완했다. CIA 고위 관계자들은 작전 성공에 이들의 지대한 공헌이 있었다고 회고록 등에서 증언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레드셀 기능을 높이 평가했고, 2004년에는 입법을 통해 이 조직을 공식화했다.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은 효율적 조직 운용과 사업의 실패 요소를 사전에 찾아내기 위해 레드팀을 필수적으로 운영한다.

레드팀이 가장 필요한 곳 중 하나는 선거 캠프다. 절대 목표는 선거 전쟁에서의 승리다. 우리가 이긴다는 신념이나 정신승리 요법보다는 효율적인 전략 전술이 필요하다. 상대방 관점으로 우리를 보는 것,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 냉정한 분석을 하는 것, 이것들이 승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레드팀 운용은 매우 어렵다. 우선 최고 리더십이 레드팀을 완벽히 인정해야 한다. 자기를 비판적 시각으로 공격하고, 약점만 파고들면 불편할 게다. 레드팀의 성공 여부는 리더십의 용인 정도에 달려 있다. 레드셀 요원들은 CIA 최고 지휘부로부터 ‘기존의 고위분석가들에게 오줌을 갈기도록 주문받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는 지시를 받았다(‘레드팀’ 마이카 젠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레드셀은 CIA 국장이 바뀌어도 대담한 분석력과 창의적 발상을 인정받았다.

직언할 수 있는 최측근,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 정도의 수준을 레드팀이라고 말하는 건 우습다. 그들이 외부자의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고, 나쁜 소식을 지체없이 전하며, 리더에 대한 냉혹한 분석을 할 수 있겠는가. 최측근이라는 자체가 레드팀 구성의 결격 요소다. 레드팀은 능력이 뛰어나고 두려움 없는 회의론자들이 최적이다. 이런 레드팀과 그 기능을 받아들 수 있는 리더면 굉장한 운용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다.

여야 후보가 확정되면 살벌한 진영싸움이 이어진다. 결국 거대 정당의 원심력으로 상당수 부동층이 흡수되면 남는 중도층은 5~10% 정도일 것이다. 이들이 승패를 결정한다. 중도층은 가시적인 세력을 형성하지는 않지만 흐름을 탄다. 이른바 시대정신에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경선은 당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양극단의 목소리가 크고 당파성이 우선이겠다. 본선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여권은 강성 지지세력 눈치 보기가 체질화돼 레드팀을 운용할 토양 자체가 아니다. 이를 말하는 순간 같은 하늘 아래 살지 못하는 배신자가 된다.

레드팀은 유권자 신뢰를 확보할 기회를 확대해 주고, 선거 전략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다. 레드팀은 윤석열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다른 후보들에게도 매우 필요하다. ‘~빠’들은 제쳐두고, 중도층 마음을 잡을 레드팀의 은밀한 기능, 이건 대선 승리의 결정적 도구다.

김명호 논설고문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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