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기의 LH, 젊은 직원들 떠난다… 퇴직금만 136억

1∼7월 모두 174명이 퇴직금 수령
그 중 42.5%가 10년 이하 근무 직원
경영 정상화 걸림돌 작용할 수도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 폭로는 LH 조직 자체를 뒤흔들었다. 그동안 직원들 사이 암암리에 관행처럼 이어오던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 일체에 제재가 가해지기 시작했다.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LH 직원들이 조직을 떠나는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년을 얼마 앞둔 이들보다 실무자급 및 젊은 직원들의 이탈자가 더 많다.

국민일보가 16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LH 퇴직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퇴직금 수령을 완료한 전체 퇴직자 수는 17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퇴직자(337명)의 51.6% 정도 수준이다.

매년 200~300명 정도의 퇴직자가 나오는 만큼 수치만 놓고 보면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과거 퇴직 흐름과 확연히 다른 기류가 읽힌다. 과거에는 정년이거나 정년을 앞둔 명예퇴직자가 주를 이뤘다. 반면 올해 퇴직자 현황을 보면 한창 일해야 할 직급의 조직 이탈이 두드러진 게 특징이다.

올해 1~7월 퇴직자 중 1년 이상 10년 이하 근무한 실무진급 퇴직자 수는 74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퇴직자의 42.5%가 한창 일하고 전문성을 쌓아나갈 실무진급이었던 것이다. 과거 퇴직자 통계와 비교해 보면 비중 차이가 확연하다. 2018년만 해도 1년 이상 10년 이하 근무 이력을 지닌 퇴직자 비중은 17.8%에 불과했다. 2019년(25.2%) 2020년(30.9%)을 거치며 조금씩 비중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올해처럼 전체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젊은 층 중심의 조직 이탈은 퇴직금 지급액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LH의 1~7월 퇴직금 지급 총액은 136억7351만원이다. 현시점까지 퇴직자의 배 가까운 337명이 퇴직한 지난해 전체 퇴직금 총액(168억22만원)의 81.4% 수준에 달한다. 퇴직 인원에 비해 퇴직금이 많은 이유 중 하나로 실무진급 이탈이 많아진 탓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주로 20년 이상 근무한 이들이 퇴직금과 함께 받아가는 명예퇴직금 규모보다 일반 퇴직금이 많다. 올해 1~7월의 경우 일반 퇴직금이 83억8184만원으로 명예퇴직금(52억9167만원)을 상회한다. 지난해의 경우 명예퇴직금이 100억2849만원으로 일반 퇴직금(67억7173만원)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정부가 LH 분할을 비롯해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을 공언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직의 축소와 각종 제재에 따른 암울한 미래가 실무진에게 조직에 남아 있는 것보다 떠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준 것이다.

반면 20년 이상 근무한 이들에게는 조직에 남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정부는 지난 6월 7일 LH 개혁 방안을 통해 고위직 529명의 경우 퇴직 시 취업 제한 심사를 받도록 했다. 다른 직장으로 옮겨 전관예우를 못 받게 막았다. 오래 근무한 이들 입장에서는 전관예우 혜택을 입지 못하는데 하루라도 더 조직에 남는 게 유리해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LH 관계자는 “실력 있는 젊은 직원들이 퇴직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향후 LH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LH 직원 땅투기 의혹을 최초 제기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1일 공청회를 통해 LH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주된 목소리는 정부의 LH 개혁안이 조직 해체가 아닌 ‘주거 복지’라는 본연의 기능 강화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요건을 충족하려면 실무에 밝은 젊은 인력의 도움이 절실하다. 1~10년차 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화할수록 LH 개혁안의 추진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택지 제때 공급 못한 LH 갑질… 땅 주인에 손해금 9억 떠넘겨
[단독] LH 재취업 제한 직전 간부 19명 빠져나갔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