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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석 칼럼] 대통령의 메시지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 발언은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국민 정서까지도 감안해야
문재인 대통령, 코로나 관련 긍정적인 메시지
나올 때마다 상황이 악화돼 신뢰 떨어져
대선 후보들의 발언 하나하나 내뱉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민은 울고 웃는다. 희망을 품기도 하고 절망에 빠져들기도 한다.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 취임사는 물론 연례적으로 찾아오는 신년, 3·1절, 광복절 등 중요한 시기마다 대통령의 메시지에 주목하는 이유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등 미래에 대한 방향타 역할을 한다. 또 나라에 경사 있을 때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국민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특히 국가적 위기 상황 등 엄중한 시기엔 대통령의 메시지에 더욱 주목한다. 현재 위기 상황의 정도와 극복 가능성 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통령 메시지는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국민 정서에도 들어맞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상하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때론 울화통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경우도 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확진자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선 지난 11일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우리는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백신 모범국인 이스라엘을 비롯해 영국 미국 등 대부분 나라에서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분명히 나은 편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도 하루 확진자가 2만명을 넘나들 정도로 급증했으니 단순 비교를 하면 정확한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민에게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부심을 주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해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에게 이런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한다. K방역을 언급할 정도로 자부심을 느낄 정도는 더욱 아니다. 차라리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져 국민 여러분께 너무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너무 힘들고 괴롭겠지만 조금만 더 참고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 정부도 백신 수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면 어땠을까. 문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도 “코로나는 머잖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곧바로 신천지 집단 발병으로 인해 1차 대유행이 시작돼 머쓱했던 경험이 있다.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짧고 굵게 끝내겠다” 등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때마다 공교롭게도 상황은 더욱 악화돼 국민에겐 오히려 희망 고문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 등 메시지를 남발했지만 결국 실패해 국민 신뢰를 잃었다. 물론 정책 실패가 문제지만 너무 단정적인 발언으로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뜨린 게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러다 보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메시지에도 국민은 큰 관심을 갖는다. 대선 후보 각자 어떤 미래 구상을 하고 있고,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과 공감하고 각계각층, 더욱이 일반 서민의 정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지가 미래 대통령감의 1순위 조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주 120시간 근무’ ‘대구 민란’ ‘부정식품’ ‘페미니즘’ ‘후쿠시마 원전’ 등 잇따른 설화로 곤욕을 치른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실언 방지를 위한 메시지 레드팀(Red Team)을 운영키로 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전체적인 맥락과 다르다고 해명하지만, 국민 정서에는 맞지 않는 메시지라는 지적이 더 많기 때문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일자리를 없애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 “국민의 삶은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느냐” 등 잇따른 메시지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권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바지’ ‘백제 발언’ 등으로 메시지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은 말만 잘하는 대통령, 허세 부리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겸손하고 포용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아는, 그런 대통령을 고대한다. 미래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말 한마디, 그들이 내뱉는 진정한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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