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만 옥죄는 방역조치 형평성에 어긋나” 영정사진 걸고 예배 사수

방호복 입고 3주째 대면 주일예배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의 소신

심하보 은평제일교회 목사가 18일 서울 은평구 교회 당회장실 책상에 놓인 자신의 영정 사진을 보며 예배 회복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기독교계 내 코로나19 문제의 한복판에 서울 은평구 진관3로 은평제일교회가 있다. 교인들은 지난 1일부터 3주째 방호복을 입고 대면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방호복 외에 2m 거리두기, 강단 등에 가림막 설치, 소독 실시,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예배를 드린다. 이 교회 담임 심하보 목사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무서워 방호복을 입은 것이 아니다. 방호복에는 코로나를 구실로 예배를 방해하는 정부의 방역조치를 반대하는 ‘시위’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를 향한 교회의 분노가 거세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교회에 대한 오락가락 차별정책이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지난 15일 교인들이 방호복을 입고 주일예배를 드리는 모습.

-주장을 좀 더 설명해 달라.

“우리 교회 교인들은 신앙인에게 있어서 예배는 생명이기 때문에 방호복을 입고서라도 예배를 드린 것이다. 만약 이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면 (교회에 대한 방역 조치가) ‘방역이 아닌 통제’였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교회의 경우 밀접도가 낮고 사전의 방역조치들이 이뤄져 지금까지 대면예배를 통한 감염은 없었다. 밀접도를 유지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한다면 대면예배 자체가 감염위험도가 높은 행위가 아니다’라고 언론에 백브리핑까지 했다. 우리 교회는 한국 내 모든 교회 중 가장 안전한 방역 수칙의 모범교회일 뿐 아니라 방역수칙 위반의 염려가 있는 교회에 방역물품까지 지원한 교회다.”

방호복을 입은 은평제일교회 교인이 예배 드리기 직전 몸소독을 하고 있다. 은평제일교회 제공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주일예배를 드릴 것인가.

“그렇다. 우리 교회는 진정한 프로테스탄트로서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정부의 예배 탄압에 굴하지 않고 방호복을 입은 채 예배드릴 것이다. 코로나 구실뿐 아니라 그 무엇도 예배를 멈출 수 없다. 이에 반하는 모든 형태는 종교탄압에 해당하는 것임을 엄중 경고하며 전 세계 신앙인들 앞에 알려 드린다.”

-은평구청의 예배 운영 중단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승소했다. 대면예배 제한 인원을 초과해 은평구로부터 10일간 운영 중단 처분을 받았는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구청 측이 이에 불복해 항고한 것으로 안다.”

-교계가 가처분 승소에 대해 환영 입장을 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소강석 이철 장종현 목사)의 발표이다. 한교총은 ‘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감염병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민간 시설에 대해 과도하게 기본권과 형평성을 제약할 수 없다는 법 정신과 교회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의미 있는 판단’이라고 했다. 또 ‘정부는 감염병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정부의 방역지침을 이행하는 일선 행정관청 역시 행정명령에 있어 생존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교회 단속이 무리한 단속이라고 보는가.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불편을 감수하며 정부의 방역 정책에 앞장서고 협조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선의를 악용해 부당하게 예배의 자유를 통제하는 잘못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 교회가 예배 회복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법에 위배되는가.

“지금 교회는 예배 외에는 성경공부나 식사 등의 어떠한 소모임도 하지 않고 있다. 교회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한 채 단지 예배만 드리고 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방해하는 정부의 행정명령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종교를 차별하는 공권력의 행사로 헌법상 ‘정교 분리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

심하보 목사가 정부와 교회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비교 설명하는 모습. 은평제일교회 제공

-교회 예배 때 인원 제한을 두지 말자는 말인가.

“오늘날 관공서 등은 종일 모여 근무하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이나 각종 쇼핑 시설에는 개인위생만 강조할 뿐 거리두기의 제한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이 활보하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선 단 한명의 코로나19 확진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방역을 잘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교회에서 지하철공사 사장에게 표창장을 줄 계획이다.

교회와 환경이 유사한 영화관은 한 칸만 띄어 앉으면 되고 공연장은 2000명까지 입장이 허용되고 있다. 반면 교회는 좌석 수 대비 10% 이하 99명까지만 현장 예배 참석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종교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반하는 위헌적인 조치다. 그러므로 정부는 다른 모임 시설과 비교해 예배 인원에 대한 형평성 있는 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청한다.”

-대면 예배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면 예배는 기독교의 핵심이다. 교회는 구원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 또는 그 장소이며, 교회의 주된 역할은 예배와 성례전이다.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신앙고백이며, 성례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적으로 체험하는 수단이다. 교회의 이런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모임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초석을 놓았던 초대 교회의 사도들은 성도의 교제의 중요성을 깨닫고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를 신앙고백에 포함시켰다.”

은평제일교회는 1981년 7월 작은 셋방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주님을 향한 뜨거운 기도와 전도 활동으로 개척 1년 만에 300명으로 성장했다. 현재 3000여명이 다닌다.


교인들은 지역사회 구제사역에 열심이다. 고3 학생과 대학생에게 성적장학금을 제공한다. 교회 카페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카페 이익금은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의 행복한 나눔을 통해 불우 이웃을 돕는다. 관할 경찰서와 협력해 폭력범죄 피해자를 보호한다. 독거 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사랑의 쌀을 전달한다. 아름다운 찬양을 부르는 ‘리조이스 어린이합창단’을 운영하며 다음세대 양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심 목사는 지난 12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예배장소의 크기에 맞게 예배 인원을 조정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김봉준 아홉길사랑교회 목사도 함께했다.

심 목사(오른쪽)를 비롯 목회자들이 지난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교회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항의하고 있다. 은평제일교회 제공

목회자들은 오 시장에게 예배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고 타시설과 형평을 맞출 것, 교회의 순기능을 이해하고 오랜 방역으로 인한 시민의 스트레스 해소에 교회의 도움을 구할 것, 확진자 숫자로 겁박하지 말고 치명률을 낮추는 데 힘쓸 것을 주문했다. 또한 교회의 노후 십자가 종탑 철거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전달했다.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 소송과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이 요청에 교회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때 교회의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인터뷰 내내 심 목사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넘쳤다. 착용한 마스크를 통해서도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었다. 책상에 검은 띠를 두른 그의 영정사진이 눈에 띄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한국교회 예배회복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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