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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상승’ 집값 어떻게 잡나?… 각국 중앙은행도 골머리

물가상승과 심한 괴리 위험 지적


‘집값을 잡기는 잡아야 할 텐데….’

요즘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 등 정책 당국자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집값을 어떻게 잡느냐에 있는 듯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치솟은 집값과 경제지표 간 괴리가 너무 심해 ‘가격 조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계 당국에 집값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높은 집값이 생애 첫 주택 구입 희망자와 저소득층에 미칠 부담에 따른 우려를 표명하며 라가르드의 입장에 동의하고 나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달 초 발표한 부동산값 현황에 따르면 2015년을 100이라고 볼 때 38개 회원국의 올 1분기 집값 지수는 137.39로 37.39%나 올랐다. 1년 전에 비해서는 평균 9.4% 오르면서 최근 30년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애덤 슬레이터 교수는 일부 선진국의 집값은 장기 상승률에 비교하면 10% 정도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2015년에 비해 46% 오른 것을 비롯해 OECD 회원국 중 50% 이상 오른 곳이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캐나다 체코 헝가리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멕시코 등 9개국이나 된다. 12% 오른 한국은 명함 내밀기가 쑥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과도한 오름세를 눌러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통화정책을 통해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집값을 중앙은행을 통해 잡는 일이 간단치 않은 이유는 뭘까. 기준금리를 조정하려면 CPI를 감안해야 하는데 집값은 기본적으로 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각국 통계청 당국자들은 공통적으로 집은 소비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소비하고 써버리면 되는 다른 품목과 달리 주식, 채권처럼 재산증식 수단(자산)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다. 물가지표에 없는데 집값이 과도하게 상승한다는 이유를 들어 어림계산으로 금리를 건드리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는 것이다. 통화정책으로 투기를 잡으려다 주택 실수요마저 위축시키고 경기 하강을 부추겨 오히려 금융불안정을 부채질할 수 있다.

그동안 집값은 두 자릿수 가까이 뛰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어 체감물가와 지표물가 괴리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게 사실이다. 집 구입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현실적인 비용 부담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동안 주요국 당국자들은 집값 변화치를 물가에 반영하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 왔다. ECB의 경우 대지를 제외한 순수 집값의 변화만 소비자물가에 반영해 왔지만 이 역시 물가 추이를 온전히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직후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미국처럼 귀속임대료로 CPI 품목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역시 온전한 집값 반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귀속임대료는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임대한 것으로 가정하고 매월 지불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대료를 뜻한다. 즉 주거에 필요한 비용만을 소비품목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영국도 2017년에 귀속임대료(자가주거비용)를 CPI 항목에 포함시켰다. 이전에는 집 소유자가 매달 납부하는 모기지론 이자를 CPI에 반영하기도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귀속임대료 역시 최근 수년간 치솟은 집값 상승률을 따라잡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전세와 월세 지수만 반영하는데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9.4%로 일본(17.8%)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귀속임대료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통계청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없는 전세를 포함하고 있는 데다 귀속임대료까지 넣을 경우 집세 가중치가 27% 이상으로 불어난다는 부담 때문에 보조지표로만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뉴질랜드가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이같이 중앙은행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하려다 크게 덴 적이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올초 뉴질랜드준비은행(RBNL)으로 하여금 통화정책 결정 시 정부의 부동산 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고려하도록 강제해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을 불렀다. 부동산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 당국의 대출비율 조절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통해 이뤄져야 함에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중앙은행에 떠넘기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면서 뉴질랜드 달러값이 치솟고 채권 금리가 뛰는 등 파장이 일기도 했다.

부동산값 규제는 정부 몫이라고 주장해 오던 한국은행도 최근 입장을 바꿔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여 부작용 없이 집값을 잡는 데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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