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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아프간 부족 정치

천지우 논설위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를 끝마치기도 전에 탈레반이 나라를 접수한 것은 분명 미국의 굴욕이다. 국제사회의 조롱과 비난이 쏟아지자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철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겠다”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단시일 내에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왜 아프간에서 실패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가 2018년 펴낸 ‘정치적 부족주의’ 중 아프간 관련 챕터에서 찾을 수 있다. 추아 교수는 아프간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집단 정체성, 즉 민족의 문제와 부족 정치를 미국이 간과한 것이 실패의 핵심 원인이라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프간을 구성하는 부족 중 최대 규모(42%)인 파슈툰족의 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해서 탈레반의 재집권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파슈툰은 200년 넘게(1747~1973년) 아프간을 지배했던 부족이며, 탈레반을 세워 이끌고 있는 부족이기도 하다. 탈레반은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이면서 민족적 성향도 강한 조직인 것이다. 탈레반은 이슬람 근본주의와 파슈툰족의 자부심, 분노를 결합시킴으로써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다만 파슈툰족 안에는 친서구·온건파도 있어서 탈레반이 부족 모두를 통합하는 데 성공한 적은 없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간을 침공해 75일 만에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후 미국의 지원으로 세워진 정권은 파슈툰족을 배제하고 타지크족 등 파슈툰의 라이벌 부족 사람들을 요직에 앉혔다. 파슈툰족에게 이런 정책이 달가울 리 없었고, 결국 미국에 대해 적대적인 마음만 커졌다.

추아 교수는 미국의 치명적 실수 한 가지를 더 지적했다. 탈레반을 산으로 몰아낸 뒤 공공 서비스 제공 등 사회의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탈레반은 예전 집권 시절 무법천지였던 곳에 안전을 가져온 경험이 있다. 물론 그 안전은 탈레반의 공포 정치를 견뎌야 받을 수 있는, 빈약한 반대급부라는 게 문제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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