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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 아프간 다음은 대만이라는 중국

권지혜 특파원


1975년의 남베트남과 2021년의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미래의 대만.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이 순식간에 탈레반 손에 넘어간 것을 본 중국은 이를 대만의 운명과 연결시키고 있다. 미국의 동맹 포기는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의지해 중국과 맞서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경고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접수한 지난 주말 동안 ‘미국의 배신이 대만에 주는 교훈’ 류의 기사를 쏟아냈다. 대만의 처지를 ‘토사호비’(兎死狐悲)나 ‘전차지감’(前車之鑑)에 빗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토끼의 죽음을 여우가 슬퍼한다, 지나간 수레를 거울 삼는다는 뜻으로 대만은 아프간 사태를 보고 배우라는 주장이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 4월 아프간 철수 방침을 밝힌 뒤에도 탈레반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 탈레반 정부를 인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대사관은 외국 공관 탈출 행렬이 이어질 때도 정상 운영됐다. 중국은 아프간 재건 과정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은 중국이야말로 탈레반 재집권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처지다. 중국이 인권의 ‘인’자만 꺼내도 발끈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아프간 북동부 바다크샨의 좁고 긴 와칸 회랑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바다크샨의 전략적 요충지인 와칸 회랑은 탈레반이 장악한 지 오래다. 탈레반이 같은 수니파인 신장 위구르족과 손잡고 분리독립을 추진한다면 중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난달 중국 톈진을 방문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탈레반은 아프간의 어떠한 세력도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안보 위협을 우려하자 나름 화답한 것인데, 나에게는 ‘아프간 내에선 어떻게 해보겠지만 다른 지역은 장담 못 한다’는 말로 들렸다. 이미 국제사회에선 탈레반 재집권을 계기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이 다시 활개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이야 탈레반이 국제사회 여론도 의식하고 이웃 국가들과 좋게 지내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탈레반은 통합정부 구성과 경제 재건, 주민 안녕 등을 이야기하며 20년 전과는 다른 ‘탈레반 2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어떤 조직인가. 1996년 아프간을 장악해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군에 패해 물러나기까지 극단주의적 신념을 앞세워 폭정과 탄압을 일삼았던 조직이다. 미군 수송기에 매달려서라도 필사적으로 카불을 떠나려 했던 아프간 청년들은 무엇이 두려워 목숨까지 걸었겠는가.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번 아프간 사태를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내정에 간섭하고 막강한 재정과 군사력을 앞세워 서방의 민주주의 모델을 추진하던 시대의 종말”이라고 주장했다. 조 단위 달러와 수십만명의 병사들이 존엄하게 퇴각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며 ‘세기의 참패’라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국제사회는, 특히 미국의 동맹들은 아프간에서 도망치듯 탈출하는 미국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고 우리는 미국의 공백을 중국이 메울 수 있다고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간 중국이 보여온 편협한 세계관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현재로선 아프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할 수 없다. 아프간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도 시작되지 않았다. 3900만 아프간 국민의 불행을 대만 겁박에 활용하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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