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다주택자… 알고보니 ‘집값 원흉’ 근거 불명 [스토리텔링경제]

‘다주택=적폐’ 몰아도 부동산값 왜 뛰나

권현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더라도 1가구 1주택자가 주택을 팔 때 적용받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의 기산일을 주택 취득 시점에서 1주택자가 된 시점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한때 다주택자였다면 추후 1주택자가 되더라도 1주택자에만 주는 세제 감면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여당은 법의 부칙에 장특공제 관련 조항은 2023년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한 만큼 다주택자가 그 전에 집을 팔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장특공제를 받기 위해 가진 모든 주택을 다 처분할 다주택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여당의 적대적인 인식이 투영된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정의 다주택자 때리기

현 정부 출범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여당의 징벌적 조치는 거의 매년 이뤄졌다. 시작은 2017년 8·2 대책이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고, 다주택자 등 부동산 시장에 만연한 투기가 주택 시장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2014년 폐지됐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부활시켰다.

2019년에는 세법 개정을 통해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면 1주택자로서 적용받는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보유한 지 2년’에서 ‘1주택자가 된 시점으로부터 2년 후’로 바꿨다. 이듬해 7·10 대책에서는 양도세를 한 번 더 10~20% 포인트 중과하고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적용 세율도 2배 가까이 높였다. 단기간에 국가가 특정 대상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쏟아낸 것도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7년 다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약속하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돌연 7·10 대책에서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를 폐지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까지 거론했다가 한발 물러섰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은 임대의무기간이 끝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현재 거주하는 세입자에게 우선 분양하고, 불가피할 때에만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냈다. 제3자에게 매각할 때에는 지자체가 정한 감정평가법인에 임대사업자 돈으로 감정평가를 받아 그 가격으로만 팔 수 있게 했다. 이 법안에 대한 국회 검토보고서에는 “사업 유인이 사라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자유로운 처분이 불가능해지면 누가 국가 대신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느냐는 의미다.

다주택자가 원흉? 근거 불분명

다주택자가 과연 이런 징벌을 받아 마땅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 악화의 원흉인 걸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다주택자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는 명확한 근거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에서 매년 발표하는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통계를 집계한 2012년부터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까지 다주택자 수는 매년 증가해왔다. 그런데 다주택자 증감 폭과 집값의 변동 추이를 비교해봤을 때 이렇다 할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는다. 2013년 다주택자 수는 169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2000명 증가했다. 이때 전국 주택가격은 KB국민은행에 따르면 0.37% 상승에 그쳤다. 서울 집값은 오히려 1.27% 떨어졌다. 다주택자가 늘었지만, 집값은 거의 안 오르거나 하락한 셈이다. 반면 2015년에는 다주택자 증가 폭이 3만9000명으로 더 줄었지만, 전국 주택가격 상승 폭은 4.42%로 훨씬 커졌다. 2016년에는 다주택자가 22만명이나 늘었음에도 주택가격 상승 폭은 도로 1.35%로 낮아졌다.

정부가 지금껏 발표했던 26차례의 부동산 대책에서도 다주택자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 2017년 8·2 대책 당시 정부는 시장동향 분석에서 전체 주택 거래에서 1주택 이상 유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6~2007년 31.3%에서 2013~2017년까지 43.7%로 늘었다는 점과 2016~2017년 상반기 동안 다주택자 거래가 14.0%로 과거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런데 규제 강도가 더 세진 지난해 7·10 대책을 내면서는 그해 1~5월 다주택자 거래 비중이 전체의 7.5%였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거래가 줄었는데 규제를 더 강화한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면 매물이 쏟아져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당정의 다주택자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시장 안정을 오히려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하다가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주택 공급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러나 공급 대책은 계획대로 진행된다 해도 실제 입주까지 최소 3~4년 이상 걸린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제어하려면 거래세(양도세)를 낮춰서 시장에 물건이 많이 풀리게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양도세 중과 완화 등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양도세를 완화할 경우 여당 지지층으로부터 다주택자가 돈을 벌고 빠져나갈 구실을 마련해줬다는 반발에 직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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