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연미복

이흥우 논설위원


조선시대 관복에 서양풍이 도입된 건 1895년 을미사변 직후다. 내부(內部) 고시로 망건이 폐지되고 외국 복식제도가 허용된 것이다. 그리고 5년 뒤 문관 복장을 대례복, 소례복, 상복(常服) 3종으로 정한 ‘문관복장규칙’이 반포된다. 대례복은 대례모와 대례의로, 소례복은 진사고모(탑 햇)와 연미복으로 한다는 규칙이다. 이때 연미복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다고 한다.

대례복은 18등급 중 6등 이상 고위관료에 해당하는 칙임관·주임관만 착용할 수 있었던 데 반해 소례복은 모든 문관에게 허용됐다. 궁에서 임금을 뵐 때, 공식 연회할 때, 상관에게 예를 갖춰 인사할 때, 사적으로 서로 축하하고 위로할 때 소례복을 입었다. 우리보다 개항이 빨랐던 일본은 1872년 연미복을 통상예복으로 받아들인다. 상의 뒷모습이 제비꼬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연미복은 19세기 초반 유럽에서 디자인됐다. 연미복이 예복으로 정착한 건 19세기 중반 이후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과 친일논쟁을 벌이고 있는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가 “일본 정치인의 제복인 연미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낙연은 일본 총리에 어울린다”고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이던 2019년 10월 정부 대표로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연미복을 입고 참석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위관료라도 연미복 입을 일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하지만 일본에선 새 내각 출범 등 국가 중요 행사에 연미복을 착용한 관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래서 황 내정자가 연미복을 일본 정치인의 제복이라고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기모노를 입었다면 모를까 황 내정자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 억지다.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해외 국빈방문 때 연미복을 착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도 국빈 환영 만찬 때 연미복을 입었었다. 맛 칼럼니스트가 어쭙잖게 정치 칼럼니스트 흉내 내다 본전도 못 찾게 생겼다.

이흥우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