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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예술 지원제도 개혁해라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최근 예술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원로 예술가 지원기관인 예술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술원은 과거에도 운영 전반의 폐쇄성과 특권적 혜택 문제로 간간이 비판받곤 했지만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이기호 소설가가 작품과 국민청원을 통해 예술원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한 이후 강한 폭발력을 일으켰다. 결국 문체부는 예술원 회원을 비롯한 각계 의견을 바탕으로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예술원만큼 일반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예술계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의 다원예술 지원 심의도 최근 큰 논란을 일으켰다. 2006년 시작된 다원예술 지원 사업은 2015년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 실행 과정에서 폐지됐다가 6년 만인 올해 부활했다. 하지만 예술위가 이 사업에 ‘블라인드 방식 동료집단 심의’를 새롭게 도입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블라인드 방식 동료집단 심의란 공모에 참여한 예술가들이 서로 익명으로 평가한 결과를 반영하는 제도다. 예술가들은 당장 각종 혐오와 차별로 얼룩진 동료평가를 그대로 받아들고 충격에 빠졌다. 이런 방식의 심사가 과연 책임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블라인드 방식 동료집단 심의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만들어졌으며 375명이 서명했다.

예술위가 동료집단 심의 방식을 도입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블랙리스트 이후 현장 예술인들의 요구에서 시작됐다. 예술위는 일회적 심의에서 탈피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심층 심의와 지속적 평가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2010년부터 ‘책임심의위원제도’를 도입했었다. 그런데 예술위에서 심의를 통해 특정 예술가를 배제하는 등 블랙리스트 사태가 발생하자 예술계에선 현장 예술가들이 심의에 배제된 채 소수 심의위원이 정보를 독점하는 구조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아졌다. 그래서 책임심의위원제도 대신 현장 예술가들이 심의에 다양하게 참여하는 ‘공유형 지원심의제도’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문제가 된 동료집단 심의도 여기에 포함돼 있었는데, 예술위가 설계를 제대로 못한 탓에 예술가에게 상처를 주는 등 큰 사달을 일으켰다.

사실 예술위는 블랙리스트 이후 심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우선 심의위원 공개추천제에 이어 등록제 등을 도입해 심사위원 풀을 넓혔다. 또 각종 심의에서 5배수 정도로 심의 위촉 대상자를 무작위 추첨한 뒤 지역, 성별 등을 안배하고 참석 가능 여부에 따라 최종 심의위원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창작산실 및 중장기 창작지원 평가 등은 아예 외부 평가기관에 위탁했다. 예술위 스스로 심의에 직접 관여하는 걸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예술위의 이런 소극행정과 기계적 공정성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심사 과정은 복잡해지고 관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결국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납득하기 어려운 심의 결과 때문에 심의위원의 전문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심의를 위한 행정비용이 계속 높아져 예술가에게 돌아갈 돈도 줄어든다. 한국에서 예술위의 모델로 꼽는 잉글랜드 예술위원회 등 해외 예술지원기관들이 전문가 중심으로 심사 과정을 간소화하는 방향과 반대된다.

그동안 한국의 예술지원심의제도는 단순히 공정성, 투명성, 수월성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됐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예술 생태계에 본질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없어서 비슷한 문제를 계속 일으킬 수밖에 없다. 한국 예술계의 구조상 예술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만큼 문체부까지 함께 전면 개혁에 나서야 한다.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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