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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부르카

김의구 논설위원


파키스탄 북서부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의 한 학교에 2014년 12월 16일 탈레반 6명이 난입했다.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자동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이들은 강당으로 가 어린이와 교사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교실마다 다니며 책상 밑에 숨어있던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 8~18세 학생 132명과 교직원 등 149명이 학살당했다. ‘파키스탄 9·11’이라고 불리는 최악의 학교 테러였다. 범인들은 아프간에서 넘어간 탈레반과 결합한 파키스탄탈레반이었다. 외신들은 여성을 교사로 채용해 서구식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를 의도적으로 노린 것으로 분석했다.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샤프자이도 이 조직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다. 그는 탈레반이 여학생을 학교에서 쫓아내자 익명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비판하는 글을 썼다. 말랄라는 2012년 10월 하굣길 버스 안에서 세 발의 총격을 받았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2014년 노벨평화상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탈레반이 최근 아프간 수도 카불에 진입하며 “히잡의 형태는 부르카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하다”라고 밝혔다. 정부군에 대한 사면 등 유화조치도 내놓았다. 아프간에서 ‘차다리’라 부르는 부르카는 히잡 가운데 가장 엄격한 형태다. 눈마저 망사로 가린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기에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고, 여성에 대한 교육과 취업을 금지했다. 간통한 여성을 공공장소에서 돌로 치는 형벌도 자행했다. 차다리는 인권 탄압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외신들이 19일 피살된 아프간 여성의 사진을 공개하며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총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아프간국영TV의 여성 직원들이 무기 정직을 당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말랄라는 지난 17일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의 미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우려하는 글을 실었다. 말랄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탈레반을 주시하고 있다. 부르카 규제뿐 아니다. 피비린내 나는 대대적 숙청이 뒤따르지 않을지, 이슬람 테러의 온상이 되지 않을지 우려가 한둘이 아니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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