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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사이버 외교관을 찾습니다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 (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아돌프 히틀러의 악명 높은 이력서에 추가해야 할 진실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프로파간다(propaganda)’라는 단어에 대한 오염이다.

사실 이 단어의 기원은 종교적 맥락에서 유래했다. ‘프로파간다’는 ‘전파’를 의미하는 라틴어 ‘propagare’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1622년 교황 그레고리 15세는 가톨릭 선교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신앙의 전파를 위한 신성한 연합(Congregatio de Propaganda Fide)’을 설립했다. 즉 천주교의 철학을 ‘전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히틀러로 인해 ‘선전’이란 단어는 거짓과 선동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형됐다.

국제정치에서 국가를 대변하는 선전을 공공외교라고 불렀다. 이제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소프트파워라고 불린다. 비록 쓰이는 단어는 바뀌었지만 그 의미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는 공공외교의 새로운 ‘선전’ 도구가 되었다.

21세기 공공외교는 영어로 그 영향력을 펼치는 전쟁이다. 신임 주미 중국대사 친강(秦剛)은 워싱턴으로 부임하기 전 SNS에 중국 공산당 초기 중앙 당사 앞에서 찍은 사진과 깔끔한 영어로 부임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미국에 도착한 뒤 2주간의 격리를 마치고 첫 공식 일정 후 올린 트위터에서 “합리적이고 안정적이며 관리 가능하고 건설적인 중·미 관계를 위해 미국 동료들과 계속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라며 외교적이며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SNS를 이용하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축하 메시지, 도쿄올림픽과 미국 팀에 대한 찬사를 아낌없이 보냈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자국을 위해 영어를 사용하면서 SNS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우디 앨런, 그리스 철학자와 독일 철학을 언급하며 트위터를 한다. 또한 그는 미국 제약회사의 실수로 필리핀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자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우리 국민과 외교단을 위해 3만개의 모더나를 약속받았다.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부끄러움과 분노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무도 우리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 아무도.” 모더나는 그 후 신속하게 필리핀에 백신 배송을 처리했다. 뿐만 아니라 록신은 필리핀의 외교 정책 철학을 정확하고도 거칠게 설명했다. “내 나라를 건들면, 난 너를 ‘조질’ 것이다.” 강하지 않은 국력을 가진 모국을 위하여 작은 남자이지만, 그는 자신의 무게를 넘어 강력한 의지와 투지를 보여준다.

SNS를 통한 외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 강력하다. 하지만 한국의 SNS 외교는 필리핀보다 영향력이 약하다. 모든 지표에서 한국이 필리핀보다 앞서 있는데 왜 이 분야는 우리가 뒤처져 있어야 하는가.

얼마 전 북한 김영철 통전부장은 대한민국을 향해 “잘못된 선택으로 스스로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지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이승만 대통령이 SNS 외교를 했다면 얼마나 강력한 대응을 했을까. 그는 미국 프린스턴에서 배운 학식과 국제관계에 대한 혜안을 바탕으로 유창한 영어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트위터를 했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정부에도 사이버 외교관 팀을 구성해야 할 때다. 문제 발생 즉시 SNS를 이용하여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익을 대변하고 영어와 수사(rhetoric)를 통해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인재들로 구성된 팀 말이다. 이러한 SNS 외교를 통해 그동안 오염됐던 ‘프로파간다’라는 단어도 사이버 외교의 본래 의미로 복원되는 길이 될 것이다.

김진우 세르모국제연구소 소장 (전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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