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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성범죄자의 개인정보 보호

김준엽 산업부 차장


범죄를 막을 수 있다면 개인정보를 침해해도 될까. 테러리스트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수백만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어떨까. 개인정보보다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이 더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테다. 반대로 정당한 목적 달성은 올바른 방법으로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다. 애플이 최근 아동 성착취물(CSAM)을 막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고 하면서 다시 이 논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애플은 기술로 사람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CSAM 방지 기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애플의 선한 의도를 지적할 이유는 전혀 없다. 어린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건 모든 어른들의 사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접근 방식이다. 애플은 CSAM 방지를 위해 사용자 아이클라우드에 올라온 사진을 검색한다. 사진의 해시값(파일 특성을 축약한 정보)을 보고 CSAM 관련 콘텐츠라고 판명이 나면 관련 기관에 통보한다. 실제로 사진이 무엇인지는 보지 않으며, 특정 해시값만 검색하기 때문에 애플은 이 기술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조너선 메이어 프린스턴대학교 컴퓨터공학 및 공공부문 조교수는 애플과 같은 방식의 기술이 위험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했다. 메이어 교수는 “우리 시스템은 감시와 검열용으로 쉽게 용도를 변경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마음만 먹으면 정부가 이를 정치적 용도로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이 그동안 개인정보보호에는 유난히 강경한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다. 애플은 2015년 캘리포니아 샌버다니노에서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테러리스트의 아이폰 암호를 풀어 달라는 FBI의 요구를 거절한 적도 있다. 당시 애플은 “(암호해제 요구는) 우리가 하기에 너무 위험한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런 위험한 도구를 남용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그 도구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그 무엇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그랬던 애플이 이번에는 ‘도구’를 만든 셈이다.

두 사례가 정반대인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정보를 통제하는 권한이 애플에 있다는 것이다. 애플의 판단에 따라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달라지는 셈이다. 스마트폰에는 막대한 개인정보가 모인다. 주고받는 메시지부터 각종 금융정보, 업무 관련 이메일 등 한 사람의 개인사부터 업무까지 모두 파악이 가능하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수억명의 개인정보를 통째로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애플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주무르며 사회 전체를 통제하려는 ‘빅브러더’가 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더라도 몇몇 정부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은 있다.

중국은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인정보 수집 규제를 강화하고 무단사용 시 처벌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엔 큰 규제이지만, 규제대상에서 정부는 빠졌다. 기업에 정보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정보를 통해 정권의 지배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도구도 생긴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애플에 사용자 정보를 요구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중국 시장을 포기하면서 정보보호를 외칠까, 아니면 순순히 정보를 내줄까. 분명한 건 애플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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