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구호 그친 ‘2단계 재정분권’… 주먹구구식 추진 비난

[스토리텔링 경제]
국·지방세 6대 4 비율에만 초점
중앙 권한 이양없이 부작용도 커


정부가 최근 지방재정을 늘리고 자율성을 높이는 ‘2단계 재정분권 추진안’을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8대2 수준이었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임기 내 6대4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72.6대27.4’으로 마무리를 짓게 돼 결과적으로 달성에 실패했다. 코로나19 등 상황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세수 전망이 어두워지자 국세를 대거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비등했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에서도 재정분권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로 끌어올리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고, 다른 여권 주자들도 문재인정부의 뒤를 이어 6대4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과연 ‘6대4’가 정답인지에 대한 의심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인위적 국세·지방세 조정이 ‘정치적 레토릭’과 ‘단순한 캐치프레이즈’ 이상도 아니며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6대4는 황금비율?

여권에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 ‘6대4’를 황금비율로 본다. 근거는 무엇일까. 가장 주된 이야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인 일본(57대43), 미국(56대44), 캐나다(49대51) 등 보다 한국의 지방세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지방세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대부분 연방형 국가거나 역사적으로 지방정부의 힘이 강했던 국가들이다. 정작 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한국은 낮은 수준이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6개 OECD 회원국들의 지방세 비중 평균은 14.69%로, 한국(17.27%)보다 낮다. 심지어 단일국가 27개국의 지방세 비중 평균은 11.24%에 불과하다.

세입·세출 측면에서 중앙과 지방 간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6대4라는 비율이 나온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재명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입 측면에서 보면 국가 비중이 6, 지방이 4 정도다. 그런데 세출 측면에서는 국가가 4, 지방이 6이다. 즉, 지금은 지역이 2에 해당하는 몫을 중앙에서 넘겨받는 구조”라며 “해당 몫을 지방이 스스로 걷어서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적합하지 않겠냐는 의미에서 나온 숫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며 “8대2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문제의식의 출발점일 뿐, 정해진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나쁘게 말하면 일종의 ‘매표 행위’”라며 “유권자 대부분이 지방에 사는 상황에서 ‘우리 지자체에 돈이 많아지면 좋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 심리를 정치권이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색 맞추기에만 급급한 정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고착화된 8대2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모아진 것은 분명하다. 다만 지방세 비율을 양적으로 높이는 것에 치중하느라 질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일단 현 정부 재정분권 추진안에서 지방소비세 위주로 늘린 점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지방소비세는 ‘광역세’이기 때문에, 지방소비세만 늘릴 경우 광역자치단체만 재원 확대 효과를 누리고 기초자치단체는 소외될 우려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지방소비세만 올린 것은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지방자치의 원칙은 기초자치단체 중심으로 가되, 부족한 부분을 광역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지방소득세를 인상하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중앙의 간섭을 여전히 허용하는 ‘무늬만’ 재정분권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1단계 추진안에 담긴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는 기획재정부가 지방의 예산 편성뿐 아니라 세출까지 관여하게끔 돼 있다. 2단계의 지역소멸대응기금 역시 또 다른 균특회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정분권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도 고민거리다. 국회 예결위가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용역을 통해 받은 지방세제 개편안 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7대3으로 조정할 경우 18개 기초자치단체의 재원이 감소하지만 서울은 4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오히려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비율 구색 맞추기보다 지방자치의 전반적인 틀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돈만 지방에 점점 더 많이 내려보낼 뿐, 권한과 책임은 여전히 중앙 정부가 쥐고 있다. 지방의 중앙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고, 지방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지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국세와 지방세를 어떤 비율로 배분해야 할지는 정부의 기능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떻게 나누는 게 바람직한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왜 6대4여야 하는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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