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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일본의 세습정치

천지우 논설위원


탄탄한 지역기반과 높은 인지도에 자금력까지 갖췄다면 선거에서 쉽게 이길 것이다. 일본에서 이 세 가지를 뜻하는 지반과 간판, 가방은 끝말이 모두 ‘방’으로 발음돼 ‘3방’이란 말로 묶인다. 선거 필승 조건인 3방을 날 때부터 얻는 사람이 있다. 일본에 유독 많은 세습 정치인이다. ‘도련님 정치인’ ‘금수저 정치인’으로도 불린다.

집권 자민당을 이끌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세습 정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본인이 ‘흙수저 정치인’임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자민당의 세습 정치는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중의원 의원 임기 만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자 원로 의원 여럿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는데, 해당 지역구에는 이들 의원의 자식들이 공천됐다. 일례로 12선의 가와사키 지로(73) 전 후생노동상의 지역구 미에현2구를 장남 히데토(39)가 물려받았는데, 그가 당선되면 4대 세습을 이루게 된다. 정치가 가업이고 지역구가 대물림의 대상이다. 대를 이어 노포를 운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명성에 끌려 노포를 찾듯, 지역 유권자들은 이름이 익숙한 세습 정치인에게 표를 준다.

직전 중의원 선거의 자민당 당선자 중 29%, 현재 각료의 절반 이상이 세습 정치인이다. 이처럼 세습 정치는 자민당이 제일 심하지만,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도 옛 민주당의 세습 정치 제한 규정을 계승하지 않고 지역구 대물림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반대 여론도 있다. 입헌민주당의 야마우치 고이치 의원은 최근 아사히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세습 의원 상당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동질적인 집단 속에서 자라 사회의 다양성이나 부조리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각 당에 세습 제한을 요구하는 사설을 냈다. 세습 정치가 새로운 인재에 대한 문호를 좁혀 기득권을 온존케 하며, 정치 활력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에 활기가 있어야 나라 전체에 기운이 생길 것이다. 세습 정치의 건재는 일본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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