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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권의 대출 조이기… 실수요자 대책 세워야

금융권이 본격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농협은행이 모든 가계 대출을 24일부터 중단키로 한데 이어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각각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일부 중단했다. 가계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이어 저축은행권에도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운영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은행권 대출 축소에 따른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고강도 대출 규제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고승범 위원장 후보자의 취임 이후 가계 부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규제책을 총망라한다는 입장이다.

가계 부채는 올들어 월 평균 10조원씩 늘어 7월 말 현재 1710조원에 달한다. 이중 약 440조원은 2030세대의 빚이다. 가계 부채는 금리 인상, 자산 가격 조정 가능성 등과 맞물려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뇌관이다. 가계 부채 관리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임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당장 생계비와 긴급생활자금이 필요한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대출 규제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될까 우려스럽다. 결혼자금을 대출받으려는데 다 막혔다는 예비부부, 현금 부자만 집을 사라는 거냐는 서민들의 불만이 벌써 터져 나온다.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조이기’ 압력이 커질수록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변동금리 비중이 80%를 넘어선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생활고와 부동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하고, 주식·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빚투’(대출로 투자)한 이들은 가계 이자 부담이 큰 폭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도 있다. 가계 대출자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가계 부채 급등의 주된 원인은 사실 저금리와 집값 급등에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고, 주식양도 차익 과세 유보 등으로 증시 과열을 부추겼다. 금융당국은 투기 대출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집값은 못 잡고 대출만 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대출 중단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실수요자에 대한 대책과 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일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금융 약자인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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