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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최저임금 정치경제학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2년 최저임금이 시급 916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으로는 190만원을 조금 넘는다. 최저임금이 곧 내 임금인 근로자 408만여명과 550만 자영업자, 320만 소상공인 사업체, 최저임금을 각종 보상금과 지원금 수준의 법적 기준으로 삼는 정부에 매년 8월 고시되는 최저임금은 내년 살림살이에 대한 예고탄이다.

최저임금은 복지정책의 목적을 가진 가격규제정책이다. 제도 취지에 맞게 시장임금보다 높게 최저임금이 정해지면 실업이 발생한다. 최저임금과 시장임금의 격차가 클수록 실업 규모도 커진다. 다만 최저임금이 고용에 실제 미치는 영향은 노동 공급과 수요의 가격탄력성,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노사관계 등 노동시장 특성과 제도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실증연구 결과는 이론처럼 단정하지 않고 국가별로 차이가 많다. 최저임금은 물가와 임금체계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게 제도를 운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공식이 정해져 있지 않고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동수 위원이 심의에 참여하는 구조여서 팽팽한 논리 싸움과 현란한 협상의 현장이다. 사측은 주휴수당 때문에 이미 1만원이 넘었다 하고 노측은 가구생계비 기준으로 한참 더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공약 사항이니 희망고문 그만하라는 주장과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지불 능력은 한계 상황이라는 주장을 보면, 옳고 그름의 경계는 안 보이고 다름은 선명하다. 그래서 공익위원들이 제 할 일을 했는지, 결정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한 평가가 엄중하다. 제대로 된 근거 없이 노사 힘겨루기로 정하거나 공익위원들이 정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이 명시한 결정 기준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이다. 같은 기준을 두고 지난 10년 동안 사측은 주로 동결, 노측은 평균 36%의 최초 제시안을 내놓을 만큼 노사의 생각이 다르다. 노사가 더 이상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공익위원의 역할을 공식 요청한다.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이 제시된 후에도 극적 합의에 이를지, 한쪽이 퇴장할지, 최종적으로 어떤 안을 두고 표결을 하게 될지 예측불허다.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은 심의 과정에서 가차 없이 걸러진다. 최저임금위가 발간하는 분석보고서와 함께 이해관계자 간담회와 현장방문 결과, 34년치 심의편람, 주요 경제노동지표, 일자리 안정자금이나 근로장려세제 등 연관 제도, 해외 사례와 최근 동향, 국내외 학술연구물, 회의장 밖 속보들도 빠짐없이 참고한다. 이렇게 협상과 분석이 상호 작용한 결과를 몇 개의 지표들로 단순화한 것이 최저임금위가 내놓는 산출 근거다.

더 나은 최저임금제도를 위해 최저임금 근로자와 사용자에 대한 전국적 통계자료 수집이 시급하다. 일자리가 정말 없어졌는지, 산입 범위 확대 영향은 얼마나 큰지, 업종별 구분이 정말 필요한지 등 단골 쟁점들이 많은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공식 자료가 없다. 최저임금의 정치화는 독약이다. 대선 공약에 최저임금이 또다시 등장했다. 1만원 공약만큼 폭발적일 것 같지는 않지만 최저임금위가 대통령이 정해 놓은 답을 만들어내는 기구인지, 공약이 정답임을 어떻게 확신하는지 의문이다. 제도 시행 1년 만에 업종별 구분을 하지 않게 된 이유를 숙고했는지, 최저임금 외에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보장할 방안은 무엇인지, 최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이 신바람날 경영 여건을 만들어줄 방안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1만원 공약의 공과를 타산지석 삼은 현답을 앙망한다.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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