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만 ‘업무상 비밀’ 지목… 국힘은 징계 수위 ‘촉각’

野 의원 13명 부동산 투기 의혹 적발 안팎

김태응 국민권익위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개 정당 소속 국회의원과 가족 등 507명의 부동산 거래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국민권익위원회발 폭탄을 맞은 국민의힘은 23일 “올 것이 왔다”며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본인이나 가족이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야당 의원 13명 가운데 12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라고 권익위는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향후 대여 투쟁이나 대선 국면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당장 탈당·출당 등 고강도 조치에 나서기보다는 해당 의원들의 소명 등을 따져본 뒤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신중한 기류도 감지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보다 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왔다. 어떻게 할지 보겠다”고 말했다.

권익위가 공개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투기 유형을 보면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1건), 편법 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2건), 토지보상법·건축법·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의혹(4건), 농지법 위반 의혹(6건) 등 사례도 다양하다. 향후 대응 수위에 따라 민주당의 징계 조치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다만 민주당의 경우 지역구 개발 등과 같은 업무상 비밀을 활용한 경우가 적발됐는데 국민의힘에서 이런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촉발한 3기 신도시와 관련한 투기 의혹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권익위로부터 받은 정식 명단과 구체적 내용 등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 오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2시간 넘게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2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처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 명단 공개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저희가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권익위가 투기 연루 의원 실명을 공개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출처 불명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 리스트가 나돌기도 했다. 거론된 의원들이 “권익위에 소명 자료를 제출한 적도 없다”며 펄쩍 뛰는 일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권익위 조사가 여당과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는 정치적 의도가 가미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최고위원은 “민주당 연루 의원이 12명이라서 우리도 12명으로 맞춘 거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의원들의 소명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탈당 권유를 받았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 사례도 거론됐다. 다만 권익위는 “공소시효 경과를 이유로 불입건 조치가 된 것”이라며 무혐의가 아니라는 데 무게를 뒀다.

여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제 국민의힘의 결단이 남았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엄정한 조치를 내놓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경우로 지목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게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 측은 흑석 재개발 9구역은 2017년 6월 사업시행인가가 났고, 2018년 5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정보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김 의원 주장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으로, 권익위 조사를 통해 새로 밝혀진 의혹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2명, 국민의힘 2명 의원의 일부 가족이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아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영선 백상진 오주환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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