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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변 취약한 한국스포츠, 정책 변해야 한계 넘는다”

[도쿄서 만난 사람들] 한국선수단 부단장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최윤 부단장(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무도관에서 같은 재일교포 출신인 남자 유도 73㎏급 국가대표 안창림이 동메달을 딴 뒤 포옹을 나누고 있다. OK금융그룹 제공

2020 도쿄올림픽에서 땀 흘린 건 선수나 심판, 스태프뿐만이 아니다. 세계 고위급 인사들이 총집결하는 올림픽인 만큼 각국 수뇌부들도 자국 선수의 편의를 챙기고 스포츠 외교에 힘쓰느라 동분서주했다.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한 건 재일교포 출신 최윤(58) 대한민국 선수단 부단장(OK금융그룹 회장)이었다.

최 부단장은 도쿄에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일상을 보냈다. 매일 오전 8시 단장회의에선 코로나19 상황 속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썼다. 최대한 많은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느라 숙소에 돌아오면 새벽 1~2시가 되는 게 보통이었다.

가장 신경 쓴 건 선수단 편의였다. 재일교포 네트워크를 활용해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선수단에 자전거 30대를 구해준 것도 최 부단장이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19일 다시 만난 최 부단장은 “식당, 병원에 가는 것도 힘들 정도로 선수촌이 넓었는데, 다른 나라 선수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었다”며 “재일본대한체육회와 연결해 자전거를 준비했는데, 선수들이 많이 타 뿌듯했다”고 상기했다.

스포츠 외교는 최 부단장의 중책이었다.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 조직위원장 등 일본 고위 인사들과 만나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을 했다. 최 부단장은 “2020 도쿄올림픽은 ‘어게인 2002’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2년 당시 일본에 있었는데, 일본인들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한국인들은 ‘일본’을 외쳤다. 2020년이 한·일관계의 새로운 시작이 됐으면 좋겠단 이야기를 건넸더니 그분들도 공감했다”며 “스포츠는 정치를 떠나 화합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이번 올림픽뿐만이 아니다. 최 회장의 명함엔 대한럭비협회 회장, OK금융그룹 프로배구단 구단주 등 다양한 스포츠 직책들이 찍혀있다. 그의 각별한 스포츠 사랑은 일본 내 척박한 재일교포의 삶과 맞닿아있다.

최 부단장은 차별 속에서 생존해야 했다. 재일교포는 공무원도, 변호사도, 의사도 되기 어려웠다. 대부분 건설업이나 요식업 등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최 부단장도 모친이 곱창집을 운영해 어렵사리 타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 야끼니꾸를 대중화시키는 첫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녹록하진 않았다. 일본 은행에선 대출이 어려웠기에 재일교포들이 만든 협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일굴 수 있었다.

최 부단장이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함께한 모습. OK금융그룹 제공

“한국에선 재일교포들이 일본에서 호사를 누린 것 아니냐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막상 일본에 간 사람들은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차별 탓에 힘들게 살아왔어요. 생존할 수 있었던 유일한 힘은 한국인으로서 긍지였죠. 1988 서울올림픽, 박세리의 활약, 선동열의 투구, 2002 한·일월드컵까지 스포츠가 제게 안겨준 자부심이 그래서 너무 감사했어요. 스포츠를 돕고 싶었던 이유죠.”

한국에 오면서 선택한 소비자금융업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늘려준 것처럼, 최 부단장은 스포츠 중에서도 기회가 적은 비인기스포츠 선수들을 돕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럭비, 농아인야구, 필드하키, 유도 등 종목도 다양하다. 소득도 나왔다. 럭비 대표팀은 최강 뉴질랜드를 상대로 역사적인 득점을 올렸고, 2018년부터 후원한 안창림은 한국 유도에 값진 동메달을 안겼다.

“저는 경영자이기 때문에 저를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해요. 저는 ‘비인기스포츠’가 아닌 ‘비인지스포츠’라고 부르는데, 언젠간 인지돼 인기스포츠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예요. 그런 분야일수록 조금만 도와주면 잘 되는 계기가 되고 저도 흥이 생기죠.”

한국은 엘리트스포츠를 집약적으로 육성해 올림픽 10위 내외를 차지하는 스포츠 강국이 됐다. 다만 아마추어 저변은 취약하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고착된 ‘엘리트 시스템’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최 부단장은 “다른 선진국엔 학교마다 스포츠클럽이 10개는 있어 모든 학생이 스포츠와 함께 성장한다. 일본도 수많은 아마추어 저변 안에서 엘리트를 키웠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 학교스포츠는 엘리트 중심이라 일반 학생들이 스포츠를 경험하기 힘들고, 성적을 중시하게 돼 긴 호흡에서 기본기를 키울 수 없다. 정책을 전환해야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단지 성적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와 선수에 대한 인식, 관련 산업 등 스포츠를 둘러싼 총체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이다. 최 부단장은 “올림픽 때나 양궁을 보지 평소에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안창림도 재일교포라 관심을 받는 정도”라며 “자신이 직접 해본 경험이 있어야 올림픽을 더 즐길 수 있고, 극한까지 훈련해 세계에 도전한 선수들에 대한 존중심도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도 스포츠를 꾸준히 지원할 생각이다. “조국이 저를 인정해준 이번 올림픽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거예요. 학교 스포츠를 정상화시키는 건 물론 럭비를 인기스포츠로 만드는 데도 힘쓰고 싶어요. 조국을 선택해 국민들에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재일교포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도쿄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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