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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맛집 밀키트

한승주 논설위원


밀키트. 식사라는 뜻의 밀(meal)과 세트를 의미하는 키트(kit)가 합쳐진 단어. 미리 손질된 음식 재료, 알맞은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재료가 준비돼 있으니 조리법을 따라 하면 누구나 쉽게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시간도 절약된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과 노동력을 고려하면 가격도 괜찮은 편이다.

초창기 밀키트는 스테이크 같은 특식 위주였다. 주로 호텔 셰프가 참여해 만든 고급 요리다. 평소와 다른 음식으로 기분을 내보려는 홈 파티 등에 많이 사용됐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식사 패턴까지 변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 등으로 집밥을 먹을 일이 많아지자 삼시세끼 차리기는 큰 부담이 됐다. 거리두기 강화로 외식은 점점 힘들어졌고, 배달음식과 함께 밀키트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같은 찌개류, 찜닭, 잡채 등 한식 밀키트가 인기를 끌었다. 의정부 맛집 ‘오뎅식당’과 협업한 부대찌개 밀키트나 30년 이상 경험을 지닌 가게들과 협력한 ‘백년가게’ 시리즈는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맛집 밀키트’다. 유명 맛집의 음식을 먹고 싶은데 갈 수 없는 소비자와 거리두기 장기화로 생계 고민에 빠진 식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이제는 꽤 많은 유명 가게에서 밀키트를 만들어 판다. 이연복 셰프가 운영하는 중식당 ‘목란’, 63빌딩 중식당 ‘백리향’, 한식당 ‘한일관’, 분식집 ‘남도분식’ 등의 대표 메뉴가 밀키트로 나와 있다. 콧대 높은 미쉐린 스타 셰프들까지 가세했다. 고급 레스토랑 ‘밍글스’ ‘태번38’ ‘일호식’이 대표적이다.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3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직접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상을 차려야 집밥이라는 인식은 옅어졌다. 먹는 사람도 차리는 사람도 배달음식, 밀키트, 가게에서 산 반찬에 익숙해졌다. 밀키트 전성시대, 집밥 준비는 엄마의 몫이라는 고정관념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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