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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디지털 지갑’… 박터지는 ‘페이 전쟁’

유통사 속속 참전… 우후죽순 ‘ㅇㅇ 페이’
하루 4500억원 시장… 빅테크 아성에 이커머스 추격


유통업체들이 속속 ‘페이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며 간편결제 시장이 급성장하자 뒤늦게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라 경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간편결제는 신용카드 등 지급카드 정보를 모바일 기기, PC 등에 미리 저장해 두고 거래 시 ‘비밀번호 입력’ ‘단말기 접촉’ ‘생체인증’ 등의 방법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공인인증서·보안카드·OTP 의무사용이 폐지되는 등 정부의 관련 규제가 완화하면서 2014년을 기점으로 ‘OO페이’라는 이름의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됐다.

간편결제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하루평균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2016년 645억원에서 지난해 4492억원으로 7배가량 늘었다. 이용 건수 역시 같은 기간 210만300건에서 1454만8100건으로 급증했다.

게티이미지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이런 추세에 불을 붙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비접촉·비대면 지급서비스 등 새로운 전자지급수단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성이 높아지면서 디지털금융이 본격 확산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해 2~3월과 하반기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20% 가까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이미 2018년 말 기준으로 시중 간편결제 서비스가 50종에 달한다. 빅테크 기업(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을 포함해 단말기제조사(삼성페이, LG페이), 금융사(KB페이, 신한페이 등)가 진출해 있다.

유통사까지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며 경쟁은 한층 가열되는 모양새다. 이커머스(스마일페이, 쿠페이, SK페이 등)를 비롯해 유통 대기업(SSG페이, L페이 등), 식품(도미노피자페이, BBQ페이, 동원페이 등), 배달앱(배민페이)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충성 고객’ 확보와 연관이 있다. 자체 페이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을 자사 플랫폼에 묶어 두려는 전략이다. 통상 간편결제 1건당 구매 단가는 일반 결제 대비 20% 이상 크다고 한다. 또 장기적으로 간편결제를 통해 쌓인 소비자 정보로 데이터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도 있다.


유통사 페이 중 선두는 이커머스 업계가 차지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2014년 업계 최초로 출시한 스마일페이는 식품, 외식, 문화, 패션, 뷰티, 레저, 어학 등 전방위적 제휴 확장으로, 가입자 수가 1600만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여행, 관광업 제휴 구축에 나섰다. 그 뒤를 잇는 11번가의 SK페이는 2014년 출시한 ‘시럽페이’가 이커머스 위주로 개편된 서비스다. 2019년 11번가가 운영하던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11페이)와 SK텔레콤의 오프라인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T페이)가 통합된 뒤 지난달 기준 누적결제액 17조4000억원에 가입자 수 1550만명을 기록했다. 비밀번호, 지문인식 등의 간편인증 절차조차 없앤 쿠팡은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일찍부터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선 유통 대기업들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015년 출시돼 가입자 수 850만명에 달하는 SSG페이는 지난해 6월 신세계아이앤씨에서 SSG닷컴으로 양도됐다. SSG닷컴의 이커머스 사업 역량과 SSG페이의 핀테크 서비스를 결합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같은 해 출시된 엘페이는 연간 거래액이 4조원으로 연평균 450%씩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엘포인트 앱에 엘페이 간편결제 기능을 탑재해 별도로 가입할 필요가 없이 4063만명 엘포인트 회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성이 검증되자 후발 주자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한 GS리테일이 ‘GS페이’를 론칭했다. 올 하반기에도 여러 기업이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H.Point Pay’의 상표권 등록을 마쳤고, 이랜드그룹 역시 ‘E페이’ 출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은 당근마켓도 ‘당근페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경쟁자들이 쟁쟁하고, 선발 주자들과 6년이란 시간이 벌어진 만큼 (후발 주자들이) 페이 시장에 진입해야 할지를 오랫동안 고민한 것 같다”며 “그럼에도 온라인 결제가 계속해서 늘고 있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니 아무래도 자체 페이가 없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후발 주자들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결국 제휴처를 넓혀 주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은 일부 서비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빅테크 페이와 비교해 유통·식품사 페이의 경우 범용성에서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제조사, 금융기관을 제외한 간편결제 총 이용금액 가운데 상위 3개 빅테크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65.3%로 전년(55.7%) 대비 약 10% 포인트 확대됐다. 온라인몰마다 각기 다른 페이 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에 유통사들도 그동안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운영 방식을 넘어 제삼자로 온오프라인 사용처를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SSG페이는 서울시 세금납부, 아파트 관리비, 항공사 등 생활 밀착형 가맹점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카드 즉시 발급, 대출, 보험 등 금융 서비스와의 연계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6월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SSG페이와 스마일페이가 통합 운영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허가가 있은 뒤 공식적인 업무 협약 등이 가능하므로 아직 협의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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