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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구약성경 레위기를 읽으며 떠오른 질문

신상목 미션영상부장


레위기는 구약성경의 세 번째 책이다. 성경을 한 번쯤 읽어본 독자라면 레위기에서 많이 좌절했을 거다. 창세기와 출애굽기까지는 그래도 술술 읽혔는데 레위기에서는 갑자기 늪에 빠진 기분이랄까. 느닷없이 등장하는 제사법 규례들은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가다 보면 신자의 거룩함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레위기를 읽다 보면 오늘의 상황에 비춰 질문이 생긴다.

레위기 19장과 20장을 예로 들어보자. 19장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거룩한 민족이 되라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는 선민으로서 거룩은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명령은 사뭇 구체적이다. 19장 후반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너희의 살에 문신을 하지 말며 무늬를 놓지 말라”(28절). 이 구절은 교회에서 문신 금지 구절로 사용된다. 기독교인은 문신하면 안 되는데 하나님이 명령하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지 구절은 이뿐 아니다. 대한성서공회가 발행한 ‘성경전서 개역개정판’ 레위기 20장 제목은 파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반드시 죽여야 하는 죄’. 무시무시하다. 그 죄들의 실상 또한 참으로 가관인데, 그중엔 요즘 교회에서 자주 인용하는 구절이 있다. “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13절). 바로 동성애 금지 구절이다. 대다수 한국교회는 이 구절을 근거로 동성애를 반대한다. 동성애는 성경이 금지한 것이기에 엄중한 죄악이라는 것이다.

나는 목회자들을 포함한 기독교인들이 성경 말씀을 자신의 생명처럼 사랑하고, 하나님의 메시지를 삶 속에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존중한다. 한국교회 공동체 속에 속해 있는 나 역시 그 말씀대로 살고 싶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매우 자연스러운 의문이다.

문신이나 동성애 금지 구절은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왜 다른 구절은 언급하지 않는가. 예를 들면 이렇다. 다시 19장이다. “너희는 무엇이든지 피째 먹지 말며”(26절), “머리 가를 둥글게 깎지 말며 수염 끝을 손상하지 말며”(27절). 나는 아직 우리의 교회에서 이 구절을 근거로 선짓국이나 육회, 생간을 먹지 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레위기의 또 다른 구절은 돼지고기 먹는 걸 금지한다). 수염을 깎지 말라는 얘기도 일생 들어본 적이 없다. 왜 교회는 이 구절들에 침묵하는가.

20장은 더 심각하다. 동성애 금지만 있는 게 아니다. 10절을 보자. “누구든지 남의 아내와 간음하는 자 곧 그 이웃의 아내와 간음하는 자는 그 간부와 음부를 반드시 죽일지니라”. 교회는 왜 불륜 남녀를 가만 두는가. 불륜남 중에 목회자도 있어서일까. 교회는 왜 이 구절을 근거로 그 죄악상을 폭로하거나 집회를 열지 않는가.

레위기의 본문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왜 교회는 성경 말씀을 선택적으로 수용할까’ 하는 점이다. 문신하지 말라는 말씀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수염을 손상하지 말라는 말씀은 지키지 않는다. 동성애는 천하에 몹쓸 죄라고 지적하면서 불륜은 죽을 죄라고 비판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한 목회자에게 물었더니 탄식 가득한 답변이 돌아왔다. “성경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요즘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같아요.” 자기 소견대로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게 관행이 돼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나의 소망은 이렇다.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성경의 근거를 갖고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차라리 모든 구절을 강조해달라.

아프간 난민 수용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레위기 19장엔 이런 말씀도 있다. “외국 사람이 나그네가 되어 너희의 땅에서 너희와 함께 살 때에, 너희는 그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너희와 함께 사는 그 외국인 나그네를 너희의 본토인처럼 여기고, 그를 너희의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33~34절·새번역).

신상목 미션영상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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