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년 벼랑 끝 지구… 재건 위해 연대하는 사람들

[책과 길]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자이언트북스, 392쪽, 1만5000원


그럴듯한 상상을 풀어놓은 이야기가 현상과 통계에 기반한 보고서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김초엽(28)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머지않아 논픽션이 될 법한 픽션이다.

김초엽은 소설에서 지구가 자가증식하는 먼지 ‘더스트’로 뒤덮여 마음껏 숨쉴 수 없게 된 2055년의 모습을 그렸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이나 미래형 운송수단을 보편화시켰지만 이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는 대재앙을 불러왔다.

대부분의 인간은 더스트에 의한 급성중독으로 죽고, 내성(耐性)을 가지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작은 공동체를 이곳저곳에 건설한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약탈하고, 살상용 로봇을 사용한다.

소설은 생존의 위기를 견뎌낸 인간의 위대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류의 전 역사를 통틀어 존재해 왔으며 앞으로도 목격될 인간의 이기와 오만을 짚어낸다.

인간은 지구에 잠시 초대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위태로운 존재이면서도 인간 이외의 존재를 끊임없이 과소평가 해왔다. 소설에서 한 나노기술 연구소의 실수로 멸망에 직면한 인류는 사이보그 레이첼이 더스트에 저항하도록 개량한 식물 모스바나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다.

그래도 소설은 등장 인물 ‘하루’의 말처럼 암흑의 시대에도 ‘불행한 일들만 있지는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은 연대하고 미래를 꿈꾼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도 소설 속 인물들은 인간애와 공동체를 그리워한다.

김초엽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사이보그가 되다’(공저) 등을 발표하며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로 떠올랐다. 그는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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