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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뭣도 모르는 정당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국제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는 1985년 세계의 언론 자유 신장과 언론인 인권 보호 등을 목적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창설된 비영리·비정부 기구다. 특히 탄압으로 투옥된 언론인들을 변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각국의 언론 규제를 감시한다. 2002년부터는 매년 180개국의 언론 자유도 순위를 국가별로 매긴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 언론자유지수에서 42위를 기록했다.

이런 권위와 공신력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2019년 9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RSF 대표단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RSF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 등 대표단과의 접견에서 “언론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당시 63위인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2022년까지 3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쓸데없는 만남을 가진 것 같다. 집권당 대표가 RSF를 ‘뭣도 모르는’ 단체라 했으니 말이다.

그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저널리즘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한 RSF를 향해 내뱉은 발언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송 대표는 “자기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아느냐. 그건 뭣도 모르니까”라고 노골적으로 폄하했다. 이에 야권에선 언론단체, 제1야당, 정의당, 국제 언론계 등의 빗발치는 우려를 거론하며 ‘언론재갈법’에 반대하는 이유를 진정 모르는 송 대표가 ‘뭣도 모르는’ 사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RSF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 지부장마저 “한국 사정을 모른다고요? 그건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반박하고 나섰을 정도다.

코너에 몰리자 어제 송 대표가 RSF에 영문으로 우리 입장을 잘 정리해 보내려 한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여전히 비판 여론엔 귀를 닫은 채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당내 일각의 지적도 완전 무시한다.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악법을 밀어붙이려는 집권당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가치에 대해선 ‘뭣도 모르는’ 정당 아닌가.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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