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 절차 생략·野 견제장치 무력화… 법안 몰아치기 1년

의석·상임위 수적 우세 이용 강행
야, 합법적 필리버스터도 무용지물
“다양한 의견 무시 독주 위험” 비판

윤호중(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완주 정책위의장, 왼쪽은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입법의 중요성을 앞세워 쟁점 법안들을 단독 처리해 왔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나 고위공직자범쇠수사처(공수처)법 등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법안들은 물론 임대차 3법, 경제 3법 등 관련 업계가 우려를 표한 법안들도 강행 처리했다. 국회법에서 정한 법안 의결 과정을 생략하거나, 국회선진화법에서 보장한 야당의 견제장치도 무력화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 신호탄은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이었다. 국회법상 기본적인 의결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전문가들은 ‘전세 난민’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민주당은 거대여당의 일방 독주를 보여줬다.


민주당은 당시 부동산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내세우며 주요 의결 과정을 생략했다. 국회 상임위에 법안이 올라오면 국회법에 따라 전체회의와 법안소위에서 대체 토론, 축조·심사보고 등 일정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법안소위를 건너뛰고, 숙려기간도 무시한 채 본회의에 올려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거대 의석수와 18개 상임위원장 독식이라는 원 구성 상황은 야당의 최소한의 견제장치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여야 이견이 첨예한 법안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안건조정위원회는 대부분 요식행위에 그쳤다. 21대 국회에서 20여회 안건조정위가 열렸는데, 이 중 17번은 ‘무늬만 야당’인 의원들이 조정위원으로 구성됐다. 안건조정위 구성의 최종 권한이 상임위원장에 있는 탓이다.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거부권을 사실상 없애 비판을 받았던 공수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당시 안건조정위 비교섭단체 위원은 강성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었다. 그 외에도 탄소중립법 안건조정위에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사립학교법 안건조정위에는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포함됐다. 여당 견제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한 것이다.

최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했다. 민주당은 찬성 쪽 의견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구성하면서 언론법 처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여당 4명, 야당 2명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퇴장했다. 급기야 지난 24일 법사위에서 야당과의 논의 없이 법안 문구를 수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항의의 뜻으로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은 언론법의 일부 조항들을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이용해 법안을 밀어붙일 때 소수당이 의사진행을 합법적으로 방해하는 수단인 필리버스터도 힘을 쓰지 못했다. 대북 전단살포금지법 처리 당시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켰다. 당시 173석이었던 민주당은 열린민주당 등의 표를 모아 의결 정족수인 180석을 넘겼고, 곧바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나 필리버스터, 다수결에 의한 상임위 단독 처리 등이 국회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26일 “2009년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통과시켰던 것도 국회법 절차에 따른 것이었다”며 “그때 야당인 민주당은 ‘날치기 통과’ ‘민주주의 후퇴’라고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수가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선거로 심판받으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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