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꼴이 이게 뭔가… ‘언론재갈법’ 폐기가 옳다

도대체 이 나라 집권세력이 지금 뭘 하고 있단 말인가. 대다수 국민이 아직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마당에, 영업중단과 폐업으로 자영업자들이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때에, 청년층 실업이 넘쳐나고 이사철 전월세 시장이 요동치는 지금에, 저출산 대책 등 국가핵심 과제는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는 이런 총체적 위기 속에서 집권여당이 이렇게 나홀로 입법 칼춤만 추고 있을 때인가. 지금 언론에 재갈 물리는 일이 그리 시급한가. 새벽 4시에 사생결단으로 처리할 사안인가. 국제 망신살까지 자초할 일인가. 지금 나라 꼴이 이게 뭔가.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입법 폭주를 지금 당장 멈추라. 오만과 독선도 정도가 있지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각계에서 다 반대하는 법안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야 되겠는가. 비판이 거세지자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 앞서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법안을 추가 심사하겠다지만 요식절차에 그칠 공산이 크다. 여당이 이미 지난 25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 강행처리 과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독소조항을 더 강화시킨 것만 봐도 그 속내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법안의 문제점은 일부 조문의 수정·보완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핵심 조항인 피해액의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취재·보도가 크게 위축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심대히 침해될 수밖에 없다. 구더기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아예 장을 담글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한 게 이 법안의 요체다. 이것 말고도 ‘비리 발뺌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큰 기사열람차단청구를 비롯해 독소조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리를 저지른 권력자와 그 가족, 비선 실세, 막강한 소송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거대자본만 웃게 해줄 법안이다.

이 법안은 지금 야당·언론단체·언론사·학계까지 다 반대하고 있다. 반대가 이 정도면 충분한 의견수렴과 숙의를 거치는 게 상식적이다. 국민의힘이 26일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서고, 권한쟁의심판과 위헌심판청구를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법안이 처리돼도 한동안 나라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같이 어려운 때 온 나라가 이 문제로 에너지를 허비해서야 되겠는가. 시행이 내년 4월이면 법안 처리를 서두를 일도 아니지 않은가. 사정이 이럴진대 책임 있는 집권세력이라면 이제 고집을 꺾는 게 옳은 태도다. ‘바보같은 직진’이 아니라 ‘용기 있는 후퇴’를 할 때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