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경제시평] 중앙은행 권위가 존중돼야 하는 이유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지난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한 이후 관련 논평이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부터 급증하는 가계대출과 자산시장 과열을 억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에 이르기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금리 인상 결정 시기에 대해서도 섣부르다는 지적에서부터 이미 실기했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시각을 찾아볼 수 있다.

금통위원 중에도 물가 및 금융 안정을 우선시하는 매파와 경기 회복을 우선시하는 비둘기파가 공존하듯이 경제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갖는 건 당연하다. 다만 전문가들의 분분한 의견이 개별 경제주체에 혼란을 야기해 금리 인상 효과가 소멸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자율은 더 오른대? 집값은 내린대? 물가는 곧 잡히려나? 주식은 사야 해 팔아야 해? 같은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전문가 칼럼이나 유튜브 강의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바로 개개인이 금통위 결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나아가 한은의 권위를 얼마만큼 인정하는지에 달려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먼저 지난 수개월간의 한은 총재 발언이나 금통위 회의록을 통해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은 시기적으로만 불명확했을 뿐 예정된 수순을 따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통화정책 이론에 따르면 기준금리 결정 못지않게 시장과의 소통이 주요한 통화정책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이 야기할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한은 총재는 연초 신년사에서부터 실물시장과 자산시장 괴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이 같은 경고를 우리가 진즉에 새겨듣고 반응했다면 이번 금리 인상은 불필요했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외부적 요인으로 코인 가격이 급락했을 뿐 주식·부동산시장은 여전히 과열된 채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가속시키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악영향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때마침 오르기 시작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기준금리 인상 결정의 명분을 제공해 줬다. 비근한 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하는 기관으로서 전통과 명망 있는 스웨덴 중앙은행조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과열 징조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섣불리 인상했다가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종국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에 이르는 실책을 저지른 바 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금통위가 내린 이번 결정을 통해 한은이 자산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을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그간 매파로 분류돼 오던 금통위원이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빠진 상태에서, 그리고 잭슨홀 미팅에서의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발언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는 점이 의미하는 바는 더더욱 크다.

중앙은행의 권위가 바로 세워질 때 통화정책 효과는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이 정도 이자율 인상은 별 부담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올리는지 보자는 마음으로 빚을 늘려갈수록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재촉하고 이로 인한 후폭풍을 키우고 말 것이다. 반면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을 통해 드러난 한은의 의중을 충분히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빚을 줄여나갈수록 추가적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최소화하면서 경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해답이 결국 개별 경제주체가 한은의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이유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