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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약물로 얼룩진 IOC 쇄신한 ‘미스터 클린’

자크 로게 전 IOC 위원장 별세
요트·럭비 국가대표 출신인 의사
부패 IOC 위원 퇴출·도핑 무관용
올림픽 정치·재정적 안정에 기여

자크 로게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3년 9월 4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2020 올림픽 개최지와 차기 IOC 위원장을 선정하기 위한 125번째 IOC 총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밝게 미소짓고 있다. 신화뉴시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12년간 이끌며 올림픽의 정치적·재정적 안정에 기여하고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한 자크 로게 전 IOC 위원장이 7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IOC가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벨기에 출신의 정형외과 의사이자 요트·럭비 국가대표로 활동한 로게는 2001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의 뒤를 이어 IOC 8대 회장에 선출됐다. 외교관 출신으로 치밀한 스타일인 사마란치가 배후에서 권위적인 방식으로 일했던 반면, 로게는 민주적·연대적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런 리더십 유형은 부정부패로 지탄받던 IOC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당시 IOC는 200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미국 유타의 손을 들어주는 대가로 10명의 위원이 뇌물을 수수한 ‘솔트레이크시티 부패 스캔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로게 위원장은 IOC를 부패와 엘리트주의 이미지에서 탈피시키기 위해 올림픽 기간 임원 호텔이 아닌 선수촌에 머무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위원들의 유치 희망 도시 방문을 금지하고 부패 연루 의원들을 퇴출시키는 등 윤리 문제에서 강경 노선을 폈다.

사마란치 재임 시절에는 IOC가 경기력 향상 약물에 대한 허술한 태도로 비난을 받았지만, 로게 위원장은 도핑에 ‘무관용 정책’을 폈다. 올림픽 약물 테스트 횟수를 기존의 두 배인 5000회로 늘렸고 과거 샘플까지 소급해 부정행위자를 잡아냈다. 올림픽 기간 승부조작·불법도박을 척결하기 위해 감시할 전담 조직을 신설한 것도 로게 위원장이다. 이런 일련의 업적 덕에 ‘미스터 클린’이란 별칭도 얻었다. 게르하르트 하이베르크 전 노르웨이 IOC 위원은 “혼란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한 시기에 로게는 적임자였다”고 평했다.

로게 위원장은 올림픽의 외연을 다양한 대륙으로 넓힌 주인공이다. 재임 기간 남미에서 첫 하계올림픽(2016 리우올림픽)이 열렸고 한국(2018 평창올림픽)과 러시아(2014 소치올림픽)는 첫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 청소년 올림픽을 고안해 청소년의 스포츠 참여를 독려한 것, 재임 기간 IOC 적립금을 9배 늘린 것도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일각에선 중국과 러시아의 인권 문제에 적절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지만, 그는 IOC가 정부·정치기구가 아닌 스포츠 단체임을 거듭 강조하며 ‘조용한 외교’ 노선을 걸었다. 로게 위원장은 생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난 뒤 사람들이 내가 IOC에서 한 일들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자크는 스포츠, 선수들과 함께하는 걸 사랑했으며 그 열정을 그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전달했다”며 “그는 IOC의 현대화와 개혁을 도운 뛰어난 위원장이었고 클린 스포츠를 지지하며 도핑에 맞서 지칠 줄 모르고 싸웠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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