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교인들 365일 탄소 금식 실천… ‘녹색 그리스도인’으로 세운다

<2부> 새로운 교회의 길 (14) ‘창조세계 청지기’ 육성하는 서울제일교회

정원진 서울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교회 옥상에서 성도들과 함께 가꾼 정원을 설명하고 있다. 정 목사 뒤로 태양광 패널도 보인다. 신석현 인턴기자

서울제일교회(정원진 목사) 성도들은 올해 365일 탄소 금식 중이다. 예년에는 사순절 기간에만 탄소 금식 캠페인에 참여했는데, 이제는 전 교인이 매일 실천하는 생활 습관이 됐다. 기후 위기 문제에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원진 목사는 “기후 위기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다. 교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녹색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녹색교회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임목사의 철학에 따라 서울제일교회 성도라면 꼭 해야 할 실천사항이 있다. 탄소 금식 과제 실천하기, 책 ‘그린 엑소더스’ 돌려 읽기, ‘몽골 은총의 숲’에 나무 한 그루 이상 심기, 생태·환경 운동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기 등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단체 가입은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싶지만 정 목사는 단호했다. 그는 “개인이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탄소 금식을 통해 줄어드는 탄소의 양은 전체 배출량으로 따져보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체로 산업 공장에서 석유나 석탄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크다”면서 “이를 줄이려면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결국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성도들이 간접적으로라도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제일교회 안에 붙어 있는 녹색교회 십계명. 서울제일교회 제공

성도들이 기후 위기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녹색교회 운동의 당위성을 깨닫기까지 정 목사는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 2016년 부임 후 수시로 설교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해 강조하고, 매주 주보에 탄소 금식 과제를 제시했다. 교회 곳곳에는 녹색교회 십계명과 캠페인 참여 방법 등을 적어두어 성도들이 자주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또 생명환경부를 신설해 도농 직거래 시장을 열고 성도들에게 다양한 환경 운동 방법을 제안했다. 교회의 일회용품을 줄이고, 주보를 SNS나 이메일로 전송하고, 행사 시 현수막을 걸지 않는 것도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환경과 관련한 공부도 열심이다. 성도들은 교회 안에서는 ‘수요 온라인 소모임 그린반’ ‘신도회별 환경도서토론회’ 등에 참여하고, 교회 밖에서는 환경단체가 주관하는 ‘한국교회 생태 정의 아카데미’나 ‘기후 행동 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다. 다음 달에는 자매결연한 일본 니시카타마치교회와 함께 ‘생명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주제로 온라인 수양회를 연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성도들도 녹색 그리스도인으로 변모하는 기쁨을 깨달으면서 점차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 목사는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교회 음수대의 일회용 컵을 치우는 것이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다회용 컵을 씻어 소독하는 일이 당연히 귀찮지만, 이런 실천은 조금만 신경 쓰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성도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 한다. 즐겁게 참여하다 보면 성도들도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2018년에는 교회 옥상에 햇빛 발전소도 설치했다. 옥상을 손보고 10㎾ 패널 두 개를 설치하는 데 약 4000만원이 들었다. 장년 성도가 100명 안팎인 교회로서 적지 않은 재정 지출이었다. 정 목사는 “태양열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 수익이 나긴 하지만 그 금액이 많지는 않다”며 “햇빛 발전소 같은 경우는 손해를 보더라도 교회가 선교의 일환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체 에너지를 홍보할 수 있고 교회가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역”이라고 말했다. 전기를 판매한 금액은 전액 사회선교에 사용한다. 햇빛 발전소에 공감한 성도들이 가정에 미니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정원을 돌보고 기념사진을 찍은 성도들의 모습. 서울제일교회 제공

옥상 햇빛 발전소 옆은 정원으로 꾸몄다. 꽃과 나무는 물론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오이, 호박, 수세미, 파 등 각종 채소들을 키운다. 지난해에는 서울시가 주관하는 ‘공동체 정원 조성 주민제안사업’ 공모에 선정돼 200만원 상당의 꽃과 나무 등을 지원받았다. 교회 목공반이 화분을 제작하고 도시농부반이 정성껏 키우고 있다. 덕분에 교회가 위치한 을지로4가 인쇄소 골목은 조금이나마 푸른 생명이 깃들게 됐다.

교회는 정 목사 부임 후 2년 만에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등이 주최하는 올해의 녹색교회로 선정됐다. 정 목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교회 안에 제로웨이스트샵 혹은 친환경 도시락 가게를 여는 것을 두고 성도들과 논의 중이다. 환경운동은 교회 성도들끼리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 목사는 “우리는 기후 위기의 임계점에 서 있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우리 모두 하나님 창조 세계의 청지기, 기후 정의 실천가, 그리고 후손에게 떳떳한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녹색교회 운동에 동참하자”고 강조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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