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불량은 실적 우선주의 탓, 터질 게 터진 것” [이슈&탐사]

[맥도날드의 불안한 식자재] ③·끝, 누구 책임인가

맥도날드 종이봉투를 뒤집어쓴 한 시민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앞에서 아르바이트 직원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맥도날드의 식자재 불량 문제는 ‘맥노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열악한 매장 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매출 우선주의가 빚어낸 구조적 문제인 것으로 분석됐다. 맥도날드 전현직 직원들은 “식자재 문제는 일부 매장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본사가 알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맥도날드에서 불량 식자재 문제가 불거진 것은 한두 매장의 실수로만 볼 게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본사가 알 수밖에 없는 구조”

맥도날드 전현직 직원들은 본사와 관리직 등의 무리한 ‘실적 우선주의’가 식자재 부실 관리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1년간 일한 A씨는 “얼마나 비용을 잘 아껴서 효율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는지 여부가 결국 점장과 부점장 등 매니저의 실적”이라며 “본사 측에서 ‘왜 이렇게 웨이스트(버리는 식자재)가 많냐’며 질책하는 게 매니저들에게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쓰든지 비용 지출을 줄이라는 지시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직원도 “매출을 늘리려면 식자재를 많이 주문해서 팔아야 하는데, 그와 동시에 폐기하는 물량도 최소화하라는 압박도 받기 때문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식자재 관리 문제는 맥도날드의 경직된 피라미드식 업무체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맥도날드 매장에선 아르바이트 직원인 비정규직 크루들이 매니저로 불리는 정규직 점장과 부점장의 지시에 따라 햄버거를 만들거나 식자재 관리 업무 등을 한다. 크루 가운데 시급을 조금 더 받고 매니저 일을 일부 분담하는 직원은 ‘팀리더’라고 한다. 오퍼레이션 컨설턴트(Operations Consultant·OC)는 여러 매장 관리를 맡고 있고, 오퍼레이션 매니저(Operations Manager·OM)는 OC 여러 명을 관리하는 직책이다. 한 직원은 “OM이나 OC의 매장 방문 공지가 뜨면 며칠 전부터 대청소를 한다”며 “군대식 문화와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전현직 직원들은 이 같은 업무 구조 때문에 본사가 일선 매장의 문제를 모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본사 측에서 매니저들에게 보내는 업무 메일을 보면 매장별 지적 사항이 적혀 있다. 전산시스템은 OC가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대상”이라고 말했다.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OC가 매니저에게 “왜 이렇게 웨이스트가 많냐”는 등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도 했다.

A씨는 “매니저 업무에는 하루 중 폐기한 식자재가 얼마나 있었는지 전산시스템에 입력하는 것이 있다”며 “본사가 매장별로 (재고 및 폐기 현황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매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식자재 현황은 모두 전산 기록에 남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 본사에서 이를 알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이다. A씨는 “식자재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본사가 부실관리 문제를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쏟아진 내부고발

전현직 직원들은 31일 불량 식자재 문제가 상당수 매장에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이 관련 보도 직후 받은 제보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이 다수 포함됐다. 현직 직원이라고 밝힌 한 제보자는 “이 소식을 접한 전현직 직원들이라면 ‘아, 터질 게 터졌구나’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보자는 “마감시간뿐 아니라 아침과 점심, 저녁 시간에도 라벨을 출력해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시간이 경과한 재료로 햄버거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서 2019년 퇴직한 B씨는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카페라떼를 팔 때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신선한 우유랑 섞어서 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니저가 신선한 우유 두 팩에 유통기한 지난 우유 한 팩을 넣는 식으로 섞어서 팔도록 했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만 쓰면 고객들이 눈치챌까봐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상추가 바래거나 짓무를 때까지 보관하다 뒤늦게 폐기하는 일이 반복된다”거나 “신선도 관리를 위해 만든 유효기간 타이머가 무용지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B씨는 “오래된 양상추 색이 붉어져 눈으로 봐도 못 먹겠다 싶을 정도가 되면 버린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포장을 뜯어 보관통에 담은 양상추는 유통기한이든 2차 유효기간이든 아무도 (사용기한을) 아는 사람이 없게 된다. 관리가 가장 잘 안 되는 식자재”라고 말했다.

입단속 급급한 맥도날드

맥도날드가 식자재 관련 보도 후 아르바이트 직원에게만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알바노조에 제보한 한 직원은 “맥도날드 알바들은 서로를 ‘맥노예’라고 부르는데, 절대 지나치지 않은 말”이라며 “기계처럼 쉬는 시간도 없이 시키는 일을 해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시 불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근무 조건을 전제로 이번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다.

취재팀은 유통기한이나 2차 유효기간을 어긴 정황에 대한 본사의 묵인 여부 등을 맥도날드에 질의했다. 이에 맥도날드는 “현재 400여개 매장의 식품안전기준 준수 여부에 대해 재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로 공개된 내부고발 내용이나 본사 인지 여부 등에 대해선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맥도날드는 내부 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한 직원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오면 본사 홍보팀에 사전 확인 후 진행해 달라는 ‘미디어 대응 가이드’가 매장 내부에 최근 게시됐다”고 전했다.

김경택 문동성 구자창 박세원 기자 ptyx@kmib.co.kr

[맥도날드의 불안한 식자재]
▶①[단독] 햄버거 빵 유효기간 ‘스티커 갈이’ 3년 전부터 이뤄졌다 [이슈&탐사]
▶②[단독] 유통기한 지난 빵·양상추 쓰고 세제도 없이 식기 세척 ‘경악’ [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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