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물가, 저 달이 끌어당기는 건 아닐 텐데…

추석 성수품 공급 작년보다 25%↑
명절과 물가의 상관관계 제한적
식료품값 조금 뛰었다가 원위치
“재탕 대책보다 유통구조 개선”

사진=게티이미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추석 앞두고 밥상물가 비상’ ‘치솟는 물가에 차례상 준비 막막’…….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이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을 강조하는 언론 보도들이 쏟아진다. 정부도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물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명절맞이 물가 대책을 내놓기 바쁘다.

추석을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현재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코로나19와 원자재가 인상 등으로 인해 상황은 예년보다 더 좋지 않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의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3.4%)는 2017년 8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역대 가장 비싼 상차림 비용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도 평소보다 한발 빨리 물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란 가격을 낮추라”는 식의 관치 개입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에 민감한 상태다. 올해 추석 성수품 공급은 지난해보다 1주일 앞서 시작됐다. 정부는 올해 16대 성수품을 총 3주에 걸쳐 19만2000t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비 25% 확대된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고기는 평시 대비 1.6배, 돼지고기는 1.25배로 늘려 공급한다. 계란도 내달부터 1억개를 수입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에 ‘명절 효과’ 얼마나 작용하나


매년 추석과 설날이 가까워질 때마다 온 언론과 정부가 들썩일 정도로 명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지대한 것일까. 그런데 실제 명절이 소비자물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명절이라는 이벤트가 농수축산물을 중심으로 식료품 가격의 변동성을 확대시켜 체감물가를 높이고, 물가불안 심리를 유발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며 명절이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명절을 앞두고 발생하는 식료품 중심의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수요 증가로 인해 주도되는 측면이 많다. 이긍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통계·데이터과학과 교수는 3일 “명절이 다가오면 성수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명절이 지나가면 소비자물가는 자연스럽게 원위치가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과거 작성한 ‘물가의 명절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의 경우 전체 물가는 명절이 없는 달과 있는 달 간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식료품 가격은 명절이 있는 달에는 명절이 없는 달보다 0.37% 높은 7.0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이 명절 기간 중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맞는다. 반면 명절 이후에는 수요가 감소하면서 식료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가 소폭 하락했다고 한다.

다만 이 교수는 “정부로서는 일시적으로 몰리는 수요에 대비해 변동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명절 물가 대책도 대체로 공급 확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올해 16대 성수품의 일평균 공급량을 평시 대비 1.4배 늘리기로 했다. 특히 수요가 급증하는 농산물(2.4배) 축산물(1.3배) 수산물(1.2배) 공급에 신경을 썼다.

명절맞이 정부의 ‘물가대책’ 효과는

일각에서는 정부가 매번 명절을 앞두고 내놓는 물가대책이 ‘반짝 대책’ ‘재탕 대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정부가 공급 측면에서 실효성 있는 유통구조 개선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명절 맞이 물가 대책은 늘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비축물량을 풀어 공급을 늘리고, 관계기관이 합동점검·특별단속에 나서고, 의료비나 통신비 등 지원을 확대하는 것 등이 골자다.

하지만 이미 물품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이 같은 단기 대책의 효과를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장기적으로 복잡한 농축수산물의 유통구조 개선에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축수산물의 적절한 수급조절과 유통구조 개선은 잊을 만하면 나오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정부가 아무리 명절 때마다 1.5~2배가량의 공급 물량을 늘린다고 한들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며 마진이 붙는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혜택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농가의 생산과 출하 조절, 유통구조 개선 등이 중장기적인 물가 안정 대책”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상적·적극적으로 개입해 독과점을 규제하는 방법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올 추석의 경우 6일부터 신청을 받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과 외식쿠폰 등이 소비심리를 자극해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나온다. 명절을 앞두고 물가를 잡겠다면서 소비 진작을 위해 지원금을 뿌리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랐던 전례도 이 같은 우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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