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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 우리도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영재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너희는 좋겠다.” 얼마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일명 KPS)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는 발표를 보고 실험실 단톡방에 필자는 이렇게 올렸다. 1970년대 말쯤 ‘항공·우주’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갖고 항공우주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선배, 동료 그리고 나를 생각하니 제자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꿈을 실현할 구체적 대상이 새로 생겼으니 말이다.

위성항법시스템은 미국의 GPS를 비롯해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갈릴레오, 2000년에 들어서며 무서운 속도로 구축한 중국의 베이더우(BeiDou), 인도의 내빅(NavIC) 그리고 일본의 QZSS 6개뿐이다. 이들 국가는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을 자국 발사체로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7번째 국가가 될 것을 공표한 것이다.

요즘 우리의 삶 자체가 위치와 시각 기반으로 이루어짐을 실감한다. 5G 통신, 4차산업, 자율주행, 모빌리티, 도심항공교통(UAM), 드론은 물론 배달 서비스, 공유 경제, 메타버스 등 어느 하나도 위치 정보를 따로 논할 수 없다. 휴대전화는 기지국 간 시각 동기가 중요한데 GPS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위치 정보와 시각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위성항법시스템뿐이다.

필자는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고 스스로에게도 했었다. 이런 질문에는 늘 “지금도 공짜로 문제없이 잘 쓰고 있는데”라는 답이 뒤따랐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전 세계인의 의존도가 절대적인 미국의 GPS는 미 국방부가 관리 주체인 군용시스템이다. 미국 정부는 시스템 일부의 무료 사용을 허용했지만, 성능 보장 약속은 없었다. 군사작전 중 GPS 성능 변경도 수차례 했다. 문제 발생 소지가 있으면 사용자들이 알아서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치 정보와 시각 정보는 현재와 미래 문명의 핵심 인프라다. 그렇게 중요한 것을 지금 불편 없다고 외국 시스템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최소한 “별다른 문제가 없을 때는 우리 시스템과 같이 사용하다가 문제 발생 시에는 우리 것을 사용한다”는 정리가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바탕에 둔 것이 바로 우리의 KPS다.

정부의 KPS 발표를 전후로 연구소에 근무하는 제자들에게 헤드헌터들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없던 일이다. 산업에 새로운 분야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10여년 넘게 진행될 개발 사업과 서비스, 시스템 관리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일자리 얘기도 나온다.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다. 요즘 같은 때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제자들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야겠다. “너희는 진짜 좋겠다.”

이영재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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