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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엇박자로 일관된 교육 기조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교육 시스템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결정된 정책의 성공을 위해 일관성 있는 추진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핀란드 교육 개혁의 핵심이다. 핀란드 교육 정책을 20여년간 진두지휘했던 에르키 아호 전 국가교육청장은 “교육 개혁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교육 시스템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최근 회고했다. 그가 교육청장을 지낸 기간 동안 정권이 수없이 교체됐지만 정치권은 그에게 교육 개혁의 지휘봉을 변함없이 맡겼다. 핀란드 교육 기조는 아호 전 청장이 기틀을 마련한 뒤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관되게 추진되고 있다.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교육 기조야말로 핀란드를 교육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이다.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은 정반대다.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춤을 춰 왔다. 입시제도는 1945년 광복 이후 큰 틀만 무려 20여 차례나 바뀌었고, 교육 기조는 쉽게 변경됐다. 교육 정책은 사회적 합의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했고 대통령 한마디에 우왕좌왕했다. 이 모두가 교육 수요자 위주가 아닌 공급자 위주로 정책을 편 까닭이다. 이러니 백년대계라는 교육 정책이 제대로 정착될 리 만무했다.

문재인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8월 교육부는 문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 계획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냐, 전 과목 절대평가냐’를 놓고 격론이 거세지자 초유의 1년 유예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8개월 후에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을 국가교육회의에 넘긴다는 교육 당국의 발표가 이어졌다.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공론화위원회→시민참여단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다단계 하청 끝에 결국 전 과목 절대평가는 백지화됐다. 정시 비율 30% 이상 확대도 이때 나왔다. 2018년 3월에는 교육 당국의 어이없는 정책이 이어졌다. 교육부는 수능을 강화하겠다며 주요 대학에 정시 확대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수능 비중을 줄이겠다며 수시에서 그나마 객관적 평가 지표인 수능 최저기준을 없애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한쪽에선 수능을 강화하고 한쪽에선 약화시키는 상충된 정책을 들고나온 것이다.

2019년 10월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 비율의 상향을 포함한 입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부정 의혹 이후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달 뒤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부모 배경 등 외부 요인을 차단하겠다며 대입에서 자기소개서(자소서)와 모든 비교과 활동을 폐지하고 정시 모집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때 발표된 방안에 따라 현재 정시 비율은 40%까지 확대됐고 2024학년도 입시엔 자소서까지 폐지된다. 문 정부 출범 당시 수시·정시 비율 8대 2에 비하면 정시 비중은 현재 엄청나게 늘어나 있는 상태다. 당연히 학생들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정시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입시를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지난주 발표는 이런 기류를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2025년 전면 도입할 예정이었던 고교학점제를 앞당겨 2023년 고1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수시 위주의 대학 입시를 전제로 하지만 새로운 대입 제도는 2025년부터 적용된다. 현 중1·2학년 학생들은 고교에선 학점제 교육을 받고 입시는 주요 대학들의 정시 비중이 40%인 현행 체제로 치러야 한다. 교육과 입시제도 간 엇박자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또 한 번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4년여 동안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교육 입안자들의 탁상 행정에 이제 신물이 난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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