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청, 예술인이 주도하는 협치형 예술공유 플랫폼”

내달 정식 개관… 김서령·장재환·여인혁 3인의 공동청장 인터뷰

옛 동숭아트센터를 리모델링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청사 모습. 이한결 기자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 청사 1~2층에 자리잡은 예술청은 예술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들을 구비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예술청은 2016년 서울시가 처음 계획을 수립한 뒤 2018년 자문 과정을 거쳐 재단이 2019년부터 본격 준비에 나서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2019년 첫해에는 현장 예술가와 기획자 8명으로 구성된 ‘예술청 기획단’을 조직해 예술청 공론화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2020년에는 100명 이상이 참여한 ‘예술청 운영준비단’이 만들어져 거버넌스 실험에 참여했다. 그리고 올해 예술청의 운영을 담당할 공동운영단 1기를 공모, 예술청장 2명과 운영위원 9명을 2월 초 선정했다. 이어 재단에서 합류한 당연직 공동 예술청장과 예술청팀 8명이 4월 초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공동청장은 공연과 축제 분야에서 활동해온 김서령 독립프로듀서, 시각예술 분야에서 예술가 겸 기획자로 활동해온 여인혁 작가, 서울문화재단에서 예술교육 등 다양한 사업과 예술행정 전반을 경험한 장재환 예술청 운영단장 등 3명이 맡았다. 예술청이 가오픈 한 지난달 24일 공동청장 3명을 만나 아직은 낯선 예술청의 설립 취지와 운영 방향 등을 들어봤다.

-예술청은 왜 만들어졌나.

△장재환=기존의 예술행정은 일방향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공공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노력하지만,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2016년 예술가들도 예술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서울시가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과 ‘서울예술인플랜’을 만들면서 예술청이 시작됐다.

-예술청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

△김서령=예술청의 정체성은 그동안 중요한 의제였다. 방향성이 확실해야 여기에 맞는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기 공동운영단이 발족한 이후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정체성을 뽑아내는 과정을 거쳤다. 공동운영단 20명이 정체성을 놓고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 결과 ‘예술청은 예술인이 주도하는 거버넌스 기반의 연결·연대·확장 플랫폼’이라는 정의를 도출했다. 단어 하나하나를 놓고 격렬하게 토론했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정체성을 도출하는 과정이 예술청다웠다고 생각한다. 핵심가치나 사업 방향을 보면 정체성이 더 명확해진다.


-예술청의 사업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여인혁=예술청의 정체성에 이어 핵심가치가 정리됐다. ‘시도와 모험’ ‘자율과 책임’ ‘평등과 안전’ ‘공존과 상생’이다. 이 핵심가치들을 반영한 사업 방향이 5갈래로 정해졌다. 플랫폼인 예술청을 통해 예술인이 연결되거나 맺어지면서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매개 사업’, 코로나19 등에 따른 예술가의 생존과 복지 문제를 다루는 ‘권익 사업’, 자유롭게 표현하고 안전하게 창작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창작기반 조성사업’, 다양한 현장의 이슈나 의제를 예술청을 통해 확장시키는 ‘공론화 사업’, 지속적인 예술 생태계의 기반을 알기 위한 ‘조사·연구 사업’이다. 조만간 5가지 영역에 따른 사업들이 시행될 예정이다.

-5가지 사업 방향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여인혁=예술청이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발화시켜 행정에 반영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공론화 사업’을 우선순위에 뒀다. 단순히 현장의 외침으로 끝나선 안 되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공론장인 ‘예술청 아고라’를 열 계획이다. 더 많은 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재단의 지원 시스템과 연동시킬 계획이다.

△김서령=현장의 이슈를 발굴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건강한 공론장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 일부 즉흥적이거나 감정적인 발언이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다가 공론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예술청의 공론장은 크고 작은 다양한 의제를 발굴하고 발전적 토론과 연구를 통해 현장의 긍정적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예술현장과 함께 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술청의 연간 예산은.

△장재환=예술청의 연간 예산은 2021년 기준으로 21억6000만원이다. 사업비·인건비·홍보비에 14억원, 시설조성 및 공간조성에 나머지 7억6000만원이 책정돼 있다.

-예술청이 행정 측면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지 않나.

△장재환=행정의 속도와 거버넌스의 속도는 다르다. 예술청을 통해 서로 이해하면서 그 속도의 차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속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술청을 구성하는 현장 예술인과 재단 행정 인력들이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게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시정과 정책의 변화 속에 이 거버넌스의 지속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공동 예술청장 3인을 포함한 예술청 운영단 20명은 지난 4월 출범 이후 1주일에 이틀씩 모여 예술청의 운영과 사업 방향 등을 논의한다. 사진은 지난 7월 대학로에 모여 팀별로 회의하는 모습. 최현규 기자

△김서령=효율성을 놓고 보면 예술청의 거버넌스는 효율적일 수 없다. 소수의 결정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20명에 달하는 공동운영단이 논의를 거치기 때문이다. 공동 예술청장 2명과 민간 운영위원 9명의 경우 비상근이어서 예술청 업무와 과제에 비해 투입해야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면도 있다. 하지만 행정의 속도와 거버넌스의 속도의 차이를 점점 이해하는 가운데 소통을 통해 건강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만의 호흡을 찾아가는 중이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런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는.

△여인혁=예술청에서 예술가 기획자 행정가가 서로 스킨십을 통해 공존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비록 논의나 결정 과정이 효율적이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또 다른 아이디어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더디지만 예술청은 우리 예술 현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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