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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생활체육도 선진국으로

송세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27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 총 58개의 메달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금메달 수는 물론이고 전체 메달 수도 역대 최고다. 메달 획득에 유리한 종목을 채택하는 등 개최국 프리미엄이 작용했다고 해도 뛰어난 성적이다. 한국은 금6 은4 동10 등 총 20개의 메달을 땄다.

일본은 스포츠 선진국이지만 올림픽 성적은 한동안 한국에 뒤처졌다. 하계올림픽에선 1988 서울 대회 이후 2012 런던 대회까지 2004 아테네 대회를 제외하면 종합메달 순위에서 한국보다 아래였다. 일본이 각성한 계기는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이다. 한국은 금6 은3 동2 메달 11개로 7위에 올랐지만, 일본은 금1로 18위에 그쳤다. 아시아 최고의 동계스포츠 강국이라고 자부했던 일본으로선 큰 충격이었다. 더구나 한국은 동계스포츠 시설이 변변치 않아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와서 기술을 배우던 한 수 아래의 나라였다. 일본은 아마추어 스포츠의 저변이 넓다든지 하는 위안도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 정책을 후진국형이라고 비웃던 모습도 사라졌다.

일본 정부는 국가 주도로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하는 전략을 과감하게 채택했다. 문부과학성은 2010년 8월 ‘스포츠 입국전략’을 발표했고 2015년 10월에는 산하에 스포츠청을 신설했다. 분산된 스포츠 관련 행정조직을 한곳으로 모은 것이다. 스포츠청은 올해 도쿄올림픽 선수 강화 예산으로 103억엔(약 1082억원)을 책정했다. 2015년보다 40% 늘어난 액수다. 각성과 투자의 효과는 2016 리우 대회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본은 리우에서 금12 은8 동21 총 41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은 금9 은3 동9 총 21개였다.

일본 정부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 정책을 ‘한국 따라 하기’로 보고 우월감을 갖는 건 안이하다. 일본은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의 저변이 넓다. 종종 비교되는 고교야구팀 숫자만 봐도 일본이 약 4000개로 약 80개인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난다. 일본의 국제대회 성적 향상은 엘리트 스포츠 육성 정책만의 효과라기보다 활성화된 생활체육·학교체육과 시너지 효과라 보는 게 타당하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인은 투쟁심과 승부욕이 유독 강하다. 일본을 만나면 이는 2배 3배가 된다. 경제 규모가 작아도 스포츠에선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정신력에서 앞선다, 소수 정예 엘리트는 우리가 강하다고 자부해왔지만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도쿄올림픽에서 성적과 승패에 매이지 않고 경기 자체를 즐길 정도로 성숙해진 건 바람직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성적지상주의는 극복해야 하지만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즐기면 된다’는 시각도 한계가 있다. 스포츠 경기는 친목 모임이나 학예발표회가 아니다. 더 좋은 기록, 더 뛰어난 기술을 추구하고 패배가 아닌 승리를 목적으로 한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땀 흘려 최고 자리에 선 모습은 더 아름답다. 박세리 박찬호 김연아가 참가에만 의의를 뒀다면 국민에게 그토록 큰 위로와 희망을 선물하지 못했을 것이다.

먼저 경제력과 국방력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는데 생활체육 학교체육은 왜 아직도 후진적인가 자문해야 한다. 스포츠는 육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며 사람들의 복지 수준과 삶의 질을 높인다. 선진국은 스포츠에서도 앞서간다.

방향은 분명하다. 엘리트 선수 육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 가운데 생활체육·학교체육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사실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일은 한국이 더 잘한다. 코로나19 방역에서도 입증됐다. 선결 과제는 국민적 공감대 확보다. 특정 부처만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송세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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