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들, 도시재생 일꾼으로 나서다

강의에서 배운 기독 정신, 고령화 마을 찾아 실습
서울여대, 참여형 프로그램 진행

윤수진(오른쪽) 서울여대 교수와 이은경(오른쪽 두 번째) 한국해비타트 매니저, 서울여대 학생들이 31일 전북 전주 도토리골 현장지원센터 마당에 설치된 ‘옹기종기 쉼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할머니, 저희 왔어요.” “아이고, 어서 와. 우리 강아지들.” 전북 전주 덕진구 도토리골에 거주하는 장남여(78)씨가 손녀 대하듯 서울에서 내려온 여대생을 반갑게 맞았다.

이곳 도토리골은 121가구가 거주한다. 주민 중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22명, 독거노인이 39명이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노후주택과 방치된 폐가가 늘면서 슬럼가처럼 변하고 있다. 폭이 1.5m도 안 되는 구불구불한 시멘트 길에는 소방차가 들어갈 수도 없다.

서울여대와 한국해비타트는 지난 4월부터 이곳에서 ‘대학생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낙후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을 만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일꾼이 돼 공사까지 맡았다.

31일 찾은 도토리골 현장지원센터 마당에는 어르신들이 모여 ‘옹기종기 쉼터’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은 서울여대 학생들이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전북대 학생들과 한 조가 돼 만든 정자다. 공사비는 포스코건설이 1000만원을 후원했다.

기독교학과 4학년인 정예지(24)씨는 “지난 5월부터 온라인으로 도시재생 수업을 듣고 전주에 내려와서 마을 어르신 댁을 직접 방문했다”면서 “어르신들과 나무 발 받침대를 함께 만들면서 그분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들으며 도시재생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르신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기로 했는데, 그분들에게 놀이는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면서 “그래서 직접 망치질을 하며 커뮤니티 시설 개념인 쉼터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학생들은 목재절단기로 방부목을 잘랐다. 땅을 파고 주춧돌을 놓은 다음 그 위에 기둥을 세웠다. 콘크리트를 부어 기다란 평상의 기초도 놓았다. 지붕은 합판을 설치하고 방수시트를 덮은 뒤 타일 모양의 아스팔트 싱글을 붙여 마무리했다.

번듯한 쉼터에는 선풍기와 냉장고, LED 전등, 수납함도 있다. 모두 마을 주민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경영학과 1학년 이가은(20)씨는 “사회혁신을 논문과 책으로 보다가 현장에서 부딪혀 보니 얻는 게 많았다”면서 “학교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이 농촌활동처럼 현장성이 있고 학교, 지자체, 기업이 함께하는 최적의 모델인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이번 경험을 토대로 사회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씨는 “지식을 책으로 배우지 않고 현장에서 얻을 수 있어 보람이 컸다”면서 “기독교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예수님의 마음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서울여대는 학교법인 정의학원 소속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주축이 돼 1960년 설립했다. 이번 도시재생 프로그램은 ‘예장통합의 기독교 정신으로 기독 여성지도자와 국가사회의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설립정신에 따라 SI(Social Innovation) 교육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다.

윤수진 서울여대 SI교육 담당교수는 “학교가 그동안 기독교 정신에 기초한 지·덕·술을 갖춘 여성 지도자 양성이라는 건학이념을 위해 현장 중심의 실습교육을 해왔다”면서 “온라인 수업으로 도시재생의 이해도를 높인 후 현장 활동으로 기독교 가치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 프로젝트는 오는 10일 부산 부산진구 밭개마을에서 진행한다.

전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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