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방대 출신을 ‘2등 시민’으로 만드나

[책과 길]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제정임 곽연신 엮음
오월의봄, 296쪽, 1만6000원

대학 서열의 맨 꼭대기에 있는 서울대 정문 모습. 2018년 서울대 한 곳에 투입된 대학 지원비가 하위 132개 대학의 지원비를 모두 합친 금액과 비슷했다. 아래는 전남의 한 4년제 대학 학생회관인데, 여름방학을 맞아 텅 비어 있다. 지방대 중에는 주말이나 방학 때 캠퍼스에 학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곳도 많다. 장은미 임지윤 제공

2년여에 걸쳐 지방대 문제를 취재·보도한 기사를 묶은 책이다. 지방대 문제를 주제로 한 유례 없는 장기 시리즈일 뿐 아니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들이 만드는 ‘단비뉴스’의 기사라는 점에서 놀라게 된다. 보도의 폭과 깊이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지방대 문제를 통해 능력주의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일자리 격차와 지방 소외를 지방대 문제의 뿌리로 들춰낸 점이 돋보인다. 어느새 우리 사회가 체념해버린 듯한 지방대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 불평등, 불공정, 지방소멸에 맞설 키워드로 내세운다.

책은 지방대 혐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방에 있는 잡스러운 대학’의 줄임말인 ‘지잡대’라는 혐오 표현이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 누구나 대충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장 취재와 인터뷰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차별과 혐오의 현실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지방대 차별은 갈수록 강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반대편에 ‘인서울’(서울에 있는 대학)이 있고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있다. 대학에는 서열이 있고 그 서열은 실력순이라고 믿으며, 지방대 차별은 정당화된다.

특히 가슴 아픈 대목은 지방대 학생들이 차별과 혐오의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무기력감에 빠진다는 사실이다.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도 자격지심을 느끼며 시민적 자존감을 잃어버리곤 한다.


지방대 차별은 과연 실력에 따른 차별일까. 성적 좋은 아이들만 모아서 특별반 만들어주고 스펙 몰아주는 고교 교육, 부유층 자녀에게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입시·취업 제도, 상위권 대학에 집중되는 대학 지원금, 수도권에 편중된 일자리, 취업시장에서 은밀한 지방대 차별…. 책은 이런 불공정한 현실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대학 서열이라는 ‘차별의 피라미드’가 능력주의에 부합하는지 묻는다.

예컨대, 대학의 수준 차이는 지원금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2018년 하위 132개 대학의 지원비를 모두 합친 금액은 5451억원으로 서울대 한 곳의 지원비(5403억원)와 비슷했다. 220개 대학 중 1.4%, 전체 학생 194만명 중 5%에 불과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지난 12년간 전체 교육재정 지원금의 약 18%를 가져갔다.

지방대 저평가는 지역의 일자리 부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채용공고가 난 청년 일자리 10개 중 8개를 서울 등 수도권이 차지하고 2개를 나머지 시·도가 나눠 갖는다. 이런 현실은 “20∼30년 전에는 지역거점국립대가 서울 주요 사립대에 뒤지지 않는 선호도를 지니고 있었으나 지금은 철저히 인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이 확고한 상황”을 설명해준다.

이번 보도를 주도한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대학생의 60%가 넘는 지방대생은 교육의 기회, 과정, 결과 모든 영역에서 다차원적이고 구조적인 불공정에 처해 있다”며 “출신 학교에 따른 차별은 단순히 능력, 노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이 아니라 승자에게 몰아주고 패자는 소외, 배제시키는 자원 배분 시스템으로 인한 비합리적 불공정”이라고 진단했다.

사실은 우리 교육 전체, 우리 사회 전체가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에서 ‘승자 독식’을 선택함으로써 지방대 차별 구조에 복무해왔다고 할 수 있다. 스카이 대학 중심의 한국 대학 구조는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와 본질적으로 같다. 지방대 차별은 오래된 지방 차별, 비정규직 차별과 같은 맥락이다. 불균형과 차별을 능력주의나 효율성으로 정당화해온 논리 역시 익숙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전체 대학 졸업자 중 다수(서울 포함 수도권 37%, 지방권 63%)를 차지하는 지방대 출신을 ‘2등 시민’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책은 지방대 문제에 한국 사회 모순이 집약돼 있음을 알려준다. 그동안 지방대 문제를 얘기하면서 간과해온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이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일자리 격차, 지역 불균형 발전을 정면으로 거론한다. 그러면서 소득·일자리·지역 불평등 문제를 줄이려는 노력이 사회적으로 함께 진행되지 않는 이상 지방대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책은 지방대 문제 해결과 관련한 여러 아이디어를 소개하면서 ‘메가시티’에 주목한다. 김경수 경남지사, 마강래 중앙대 교수 등이 주장해온 메가시티는 지방거점 지역에 정치·경제·문화적 기능이 집적된 인구 500만 정도의 대도시를 조성하면 수도권의 끌어당기는 힘에 맞설 수 있고 지방시대를 열 수 있다는 구상이다. 마 교수는 메가시티에서 지방대는 인재 교육, 연구, 일자리를 제공하는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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